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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민간 팔목 비트는 ‘물가와의 전쟁’은 안된다
물가불안 심리 최고점

정부 물가 잡기 총력전 선언

기업 숨통 조이기식 정책은

일회성 미봉책에 불과



지구촌이 살인적인 고물가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물가 사태를 겪기는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고물가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보다 못한 정부는 결국 고물가를 잡겠다며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물가는 ‘물가와의 전쟁’을 비웃듯, 공공요금에서 생활필수품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생필품은 10개 중 7개 품목이 인상됐고, 그 오름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렇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생필품 가격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1월 시리얼ㆍ설탕ㆍ고무장갑 등 80개 생필품 가운데 66.3%에 해당하는 53개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구제역 파동을 겪은 돼지고기 등 축산물은 물론 과채류, 수산물까지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을 정도다.

어디 이뿐인가. 구제역 후폭풍과 함께 주유소 기름값도 18주 연속 고공행진하며 재차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곡물, 원유, 광물 등 국제 원자재 시세도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고 있다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라며 실물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소비자태도 조사를 통해 물가불안 심리가 2년 반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고 한다.

살인적인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각종 도소매 물가지표도 점차 가팔라지는 것 같다. 한국은행은 최근 지난 1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2% 올랐다는 자료를 내놨다. 2008년 11월(7.8%) 이후 최고치란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 수입물가도 14.1%를 찍는 등 온통 적신호 투성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통가로부터 생필품 가격 동결 및 인하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다. 정말 오랜 가뭄 끝에 맛보는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 이마트는 MB물가로 불리는 52개 생필품 가운데 26개 품목의 가격을 1년간 동결한다고 선언했다. 롯데마트를 비롯, 일부 치킨업체와 정유업체 등도 물가 사냥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가 민간기업을 상대로 쥐어짜듯 가격인하를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심지어 가격담합이나 세무조사 등 듣기 거북한 소문까지 파다하다. 16일 우유가격 인상 방침을 밝힌 뒤 곧장 철회한 서울우유의 해프닝도 솔직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고물가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고물가는 국가와 국민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다. 물가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하지만 물가를 잡겠다고 민간기업까지 겁박해선 안 된다. 기업의 숨통을 조여서 얻어낸 물가안정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가와의 전쟁’은 필요하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나 ‘물가와의 전쟁’이 중요해도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인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배제된 승리는 진정한 승리라 할 수 없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소싱, 유통구조 개선 등 물가안정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민간기업의 팔목을 비틀어 급조한 일시적 물가안정은 잠시 뒤 폭발력을 더 키운 물가폭탄으로 되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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