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中카니발 ‘묘회’…베이징 디탄공원 가보니...
전통·현대 아우른 축제장…대목 노린 장삿속은 ‘눈살’
8일간 인파 25만여명 발길

민속공연·풍물장터 등 풍성

한쪽선 사행성 오락 버젓이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지난 8일 묘회(廟會)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 디탄(地檀)공원에 들어서자 공중에 곶감 걸리듯 매달려있는 붉은색 등(燈)과 복(福)자가 공원을 찾은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공원 안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 사람이 발에 밟힐 정도였다.

8일 하루 동안 이곳을 찾은 인파는 무려 25만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아이를 잃어버리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계속 들리지만 미아 수는 167명에 달했다.

인파로 붐비는 만큼 소매치기도 극성을 부린다. 징화스바오(京華時報)는 지난 묘회 때 3차례나 검거된 전력이 있는 70대 소매치기가 올해도 소매치기를 하다 체포돼 감옥에서 명절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묘회는 많은 사람이 참배하는 제례(祭禮) 행사로 시작됐지만 일반적으로 제례행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열리는 각종 노점이나 오락행사를 가리킨다. 각종 민속공연, 특산품, 먹을거리를 만나볼 수 있는 일종의 풍물장터라고 할 수 있다. 

묘회에서 잘 먹고 잘 놀아야 한 해가 편안하다고 믿는 중국인들은 가족 단위로 나와 명절 분위기를 만끽한다.

올 춘제(春節) 연휴기간 베이징에선 디탄공원을 비롯해 톈단(天壇), 융허궁(雍和宮), 이허위안, 위안밍위안(圓明園), 다관위안(大觀園), 차오양(朝陽)공원 등 33개 명소에서 묘회가 열리고 있다.

베이징 묘회는 1000여년 전 요나라 때 생겨났다. 특히 디탄공원은 새해 복을 기원하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디탄공원 중앙의 제단에는 향을 피워 제를 올리면서 가족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또한 공원 이곳저곳에선 다양한 전통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악귀를 몰아낸다는 사자춤, 제사공연, 잡기예술(서커스) 등이 흥겨운 음악과 함께 묘회의 분위기를 돋웠다.

한쪽에선 기타, 드럼, 건반 등의 서양 밴드 연주와 노래경연대회도 열려 이채를 띠었다.

오늘날의 묘회는 과거와 달리 하나의 거대한 장터로 변했다. 인형, 가면, 장난감 등 각종 물건을 파는 노점들이 즐비했고 먹을거리 장터의 별미 음식들은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손에 먹을거리 하나씩은 들고 구경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연인들과 아이들이었다. 올해 8살이 됐다는 리리(李麗)는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고 사귄 지 3년이 됐다는 한 커플은 “토끼해에 순조롭게 결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묘회는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풍성한 설맞이 문화행사다. 설 전날 시작되는 중국의 묘회는 정월 대보름까지 계속되며 명절 분위기를 살려준다.

그러나 묘회가 전통의 의미보다는 점점 장삿속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묘회의 노점 한개 값은 봉급 생활자의 1~2년치 월급에 달한다. 수백개에 달하는 노점에선 별의별 물건을 비싼 가격에 팔고 사행성 오락도 성행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과연 음력 설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묘회는 명절 대목을 노린 상혼으로 의미가 퇴색하는 느낌이었다.

py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