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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적과의 동침 (12)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긴 머리 소녀가 두 팔을 벌려 만세를 부르고 있습니다. 타이어 마찰 연기가 푸르게 치솟는 가운데 그녀의 머리카락이 또 다시 바람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유호성 선수, 또 다시 달리는 중입니다.”

긴 머리 소녀라고? 만세를 부른다고? 전화기를 통해 중계방송이 이어지는 동안 두 여자와 두 남자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물론 두 여자란 신희영과 강유리, 두 남자란 강준호와 한승우를 일컫는 말이었다.

“전화 당장 끊지 못해요? 오길동이 누구야? 그 사람 당장 해고시키세요. 회장 아들이 저렇게 위험한 짓을 하면 같이 걱정해주고, 말릴 방법을 찾아야 마땅하지, 뭐가 어째? 긴 머리 소녀가 만세를 불러? 유호성 선수가 어쩌고 어째?”

신희영이 입가에 거품을 물자 유민 회장은 놀라 주춤했다. 그리고는 곧 전화를 끊어야만 했다. 이제야 분위기 파악을 한 셈인데, 냉정히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아! 그나마 눈을 마주칠 수 있을만한 아군은 현성애 뿐이었다. 그러나 현성애 역시 자기에게 협박을 하는 상대 아니었던가. 

“직원을 어찌 함부로 해고시켜?”

“제멋대로 승진시키는 건 괜찮고요?”

“아, 정말 미치겠군.”

“미치는 건 나예요. 저걸 봐요! 내 저럴 줄 알았어. 드디어 경찰이 나타났지 뭐야.”

신희영의 말에 모두들 창문가로 허리를 굽혔다. 아니나 다를까, 광장을 질주하는 유호성의 뒤로 경찰차 한 대와 경찰 오토바이 두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따라붙고 있었다.

“오빠, 드디어 경쟁자가 따라붙었어. 신나게 달려 봐요.”

광장을 중심으로 유민 제련그룹의 사옥과 마주 선 건물의 레스토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까닭이 없는 유호성과 김지선은 오랜만에 맛보는 극치의 쾌감 상태에 한껏 젖어있었다. 그들에게 이미 지금의 상황은 레이싱 그 자체였다. 귀를 찢는 엔진 마찰음과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밀려드는 찬바람 속에서 온갖 장애물을 피해가며 달리고 회전하는 쾌감을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

“오빠. 기어를 더 올려! 스푼커브 5단!”

“오케이! 알았어.”

“저 코너 입구에서 4단!”

우르릉, 우르릉! 그들에게 광장의 레이스는 흥미진진했다. 스푼커브를 돌아 나온 머신의 기어를 높이려는 순간 뜻하지 않게도 슬립에 들어가 멈칫 거렸다. 그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경찰 오토바이 한 대가 허점을 파고들어와 선두를 빼앗기고야 말았다. 아직도 남은 거리가 많은 상황에서 역습을 당한 유호성은 흥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헤어핀! 기어를 2단으로 놔야지, 오빠.”

어느새 클리핑 포인트가 펼쳐졌을까? 속도를 얼마로 높였는지 전방의 물체가 흐르는 것처럼 여겨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는 왼쪽 사이드로 차를 붙이며 백스트레치 2단으로 기어를 밀어 넣었다. 헤어핀을 도는 심정이었다. 기어를 2단으로 넣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는가 싶다가 순간적으로 역뱅크! 기어를 최고로 높여야만 할 순간이 되었으므로 재빠르게 클러치를 밟았는데…

“아! 멋지다. 오빠!”

쿠아아아! 울려대는 머신의 배기음에 묻혀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김지선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유호성은 목을 뒤로 젖히며 숨을 깔딱이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힘을 주어 바짝 그녀를 조여 안았다. 과연 레이싱의 세계에는 얼마나 엄청난 매력이 숨어 있기에 여자들마다 제 2의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드라이버스 하이’에 빠져드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달리는 유호성의 뒤로 어느새 다섯 대의 경찰 백차가 따라붙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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