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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파워 세상을 바꾼다>사진 한장·짧은 글의 반란…개미들 ‘거인’이 되다
소셜네트워크 전성시대 “작은 것이 강하다”
불량제품·비위생 업소 등

클릭 한번으로 사회 이슈화

대기업등 빅브라더 초긴장


소셜커머스 공동구매로

경제활동 패턴까지 대변혁


무한 리트윗 한방에

자고나면 ‘새 스타’ 탄생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쥐 식빵 자작극’ 사건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김모 씨가 올린, 특정 제과업체에서 구입했다는 쥐의 사체가 담긴 식빵 사진과 글은 트위터에 게시된 뒤 실시간으로 엄청난 리트윗을 받으며 사이버 공간을 강타했다. 당국이 수사에 나섰고 자작극에 무게가 실리면서 최초 게시자는 결국 피의자 신분이 됐다. 지난 17일에는 이 사건으로 피해를 본 제과점 가맹점주들이 김 씨에게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소셜 네트워크의 위력을 트위터 사용자와 비사용자를 막론하고 국민 전체에 여실히 보여준 촌극이었다. 그 ‘무서움’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지닌 데 있다. 개인은 약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를 제대로 타면 눈덩이의 핵이 돼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빅브라더에 대항하는 수천만 개의 눈’
=종전에는 불량제품이나 비위생 업소를 접하면 해당업체나 담당 국가기관의 문을 힘겹게 두드리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보내듯 한 장의 사진과 한 줄의 글만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면 사회적 이슈를 만드는 건 시간문제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700만명을 넘어섰고, 전 세계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은 각각 1억과 2억을 훌쩍 넘는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개미’들의 집합이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거인 미디어’의 형태로 발전하는 게 다반사다. 거대 기업에 움츠러들기 십상이던 개인의 정당한 문제제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거대 미디어와 기업이라는 ‘빅브라더’를 능가하는 ‘스몰브라더’들의 연합 반란인 셈이다. 기업들도 이 흐름을 따라잡기에 분주하다. 한 글로벌 브랜드 호텔 관계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고객 불만을 실시간 모니터하고 대응하는 툴을 만들기 위해 해외 본사와 회의를 가질 정도”라며 “쏟아지는 관련 멘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앞서 ‘과연 일일이 대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앞선다”고 말한다.

▶소셜커머스의 대두…거대 기업의 상행위 패턴도 변화=직장인 오모(29ㆍ여) 씨는 최근 소셜커머스 사이트 드나들기에 ‘중독’됐다. 그는 “오늘은 어떤 물건을 싸게 살까 하는 생각에 딱히 살 게 없어도 매일 사이트를 방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는 공동 구매에 기반을 뒀다. 공동 구매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방법론이 달라졌다. SNS가 나오기 전만 해도 공동 구매는 비슷한 관심을 가진 온라인 동호인들 사이에서나 성행하던 폐쇄적인 구매 행위였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SNS 이용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제활동의 패턴 자체에 혁명이 온 것이다. 오 씨는 “일정 인원 이상이 구매를 신청하면 성립된다든가 매번 할인 대상 상품이 바뀌는 등 할인 혜택 외에 재밌는 요소도 많아 즐겨찾게 된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겨울에 언젠가는 한 번 다녀오리라는 생각으로 스파 이용권을 60% 이상 싼 가격에 샀다며 미소지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잇따라 소셜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약한 개인들이 모인 SNS가 공룡 기업들의 마케팅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 ‘SNS 시대, 당신도 스타가 된다’=지난해에는 한 젊은 여성이 아이폰으로 인기 곡을 연주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와 트위터로 퍼졌다. 이 여성은 결국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SNS는 유튜브가 추동했던 ‘하룻밤 새 스타’ 열풍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렸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빅 픽처’의 주인공인 벤 브래드포드는 월가의 변호사다.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한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 천신만고 끝에 서부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에 숨어들고, 지역 신문에 게재한 사진이 점차 알려지며 스타로 떠오른다.

벤이 진작 SNS를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살인과 도피 생활이라는 참혹한 삶을 면했을까. 트위터에 작품 링크를 꾸준히 업로드하는 정성만으로도 ‘무한 RT(리트윗)’을 타고 짧은 시간에 이미 사진작가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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