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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남기지 말되 남거든, 전은 피자로 잡채는 월남쌈밥으로”
문정호 환경부 차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눈앞에 다가왔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씨가 계속되어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설을 맞아 따뜻한 온돌방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울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진다.

하지만 이 따스함만을 간직하기에는 구제역이라는 시련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매섭다. 자식같이 키운 소, 돼지를 생매장해야하는 농민의 시름은 전국 곳곳에서 쌓여만 가고 있다. 또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AI), 유가상승 등으로 인해 육류는 물론 채소류, 수산물 등의 가격이 꺾일 줄 모르고 치솟았다. 명절 앞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배고픈 시절, 명절은 아무리 어렵고 가난한 집안이라도 아이들에게 때때옷을 마련해주고, 오랜만에 푸짐하게 차린 음식을 온 가족이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미처 참석하지 못한 친척이 있다면 이바지라도 싸서 보내 그 정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 우리 명절은 더욱 풍성하고 넉넉했다.

어려웠던 시절의 먹거리에 대한 한풀이였을까. 물질적인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상차림은 절제와 검소함을 상실하고 있다. 넘치도록 차리는 습성이 이어지며 미처 먹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하루에만 무려 1만5000t.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의 경제적 가치는 약 18조원에 이른다. 자연스레 음식물 쓰레기는 자원낭비, 에너지낭비와 결부되고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명절 기간에는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더욱 증가한다. 체면이나 형식상 필요 이상으로 만든 음식이 버려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친척과 조상에 대한 반가움과 감사하는 마음은 차려진 반찬수와 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먹을 만큼만 알맞게 차려 남기거나 버리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물가상승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이 약 20~30% 늘 것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올 설부터는 무조건 많이 차리기 보다는 알뜰하고 합리적인 상차림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가계부담도 줄여보자.

우선 친척들이 가장 좋아하고 잘 먹는 음식을 적어보자. 또 차례상에 올릴 음식 중 먹을 수 있는 요리에 대해 적어보자. 음식의 종류와 양을 합리적인 선에서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된다. 이번 설 상차림에 올라갈 음식을 정한 후 그에 맞는 장보기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알뜰한 구매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조리과정에서도 간을 싱겁게 하여 각자 입맛에 맞는 간을 더하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한다. 부득이하게 남은 전이나 잡채는 ‘고구마전 피자’나 ‘잡채를 이용한 월남쌈’ 등 아이들이 즐기면서 따라할 수 있는 자투리 음식 활용법을 이용해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자투리 음식 활용법은 환경부 홈페이지에 있는 ‘그린레시피 북’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내용은 가정에서 실천하기에 그다지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이러한 작은 관심과 변화는 살림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음식물쓰레기로 인해 발생되는 온실가스와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을 지키는데도 일조할 것이다.

2011년은 신묘년(辛卯年) 토끼해다. 전국의 각 가정마다 알맞은 음식준비로 가계 부담도 줄이고 음식물쓰레기도 줄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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