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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항제 선임기자의 이슈 프리즘>‘자유’ 갈구하는 경제자유구역 잔혹사

정부는 작년 말 외국인투자 실적 부진과 개발 지연 등을 이유로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에 메스를 댔다. 2003년 도입 이후 첫 ‘수술’로 전체 93개 단위지구 중 제때 개발이 어려운 12곳(15.9%)의 해제를 결정해 절차를 밟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경제자유구역기본계획’을 수립, 중장기 활성화 전략과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고 한다.

외자를 끌어들이려 ‘특별’ 지정된 인천, 부산ㆍ진해, 광양, 황해, 대구ㆍ경북, 새만금 등 6개 경제자유구역은 그동안 중병을 앓아왔다. 출범 이후 외자유치 총액은 29억10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투자액의 3.7%에 불과하다. 그나마 물류, 관광레저,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국제업무, ITㆍBT지구, 골프장 건설 등이 단골 메뉴다. 1개 후보 기업을 놓고 경제자유구역끼리 유치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자유구역의 구조조정 당위성에도 정부 조처는 땜질 처방에 그친 느낌이다. 태생적으로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를 적용한 데다 ‘경제규제구역’으로 치부되는 수많은 규제를 그대로 둔 탓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오류와 책임을 지자체와 각 경제자유구역청에 억지로 떠넘긴 듯하다.

국내에 외국기업 입주 가능지역은 경제자유구역 말고도 외국인투자지역, 자유무역지역, 기업도시, 제주국제도시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차별성이 없다. 법인세 소득세 3년간 100%ㆍ추가 2년간 50% 감면, 취득세ㆍ등록세ㆍ재산세 등 지방세 최장 15년 감면, 자본재 100% 관세 감면 등이 똑같다.

공장입지 임대 및 임대료 감면, 산업지원서비스ㆍ고도기술수반사업ㆍ부품소재ㆍ대규모 신규 고용창출ㆍR&D 분야 등에 대한 현금지원 조건도 고만고만하다. 오히려 진입도로, 간선도로, 공원, 하ㆍ폐수 시설에 대한 경제자유구역 국비 지원 조건은 외국인투자지역보다 못하다. 경제특구에 걸맞은 인센티브는 어디에도 없다.

투자환경은 오히려 외국에 견줘 아주 열악하다. 법인세율만 봐도 싱가포르와 홍콩은 18%, 16.5%에 불과하며 아일랜드는 우리(22%)의 절반인 12.5%, 두바이는 아예 세금이 없다. 이들 나라에서 허용된 영리 목적의 교육기관 설립 및 이익금의 본국 송금은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

까다로운 병원 설립 조건에 외국 투자자들은 고개를 흔든다. 자유구역 근무 외국인의 생활여건이 이러하니 외자 유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전 세계 2300여개 경제특구 중 43%가 아태지역에 집중되니 파격적 규제완화 없는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 제고는 기대 난망이다.

행정 서비스는 여전히 ‘따로국밥’이다. 지방자치단체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부산진해자유구역청이 대표적 사례다. 부산시와 경남도의 3년짜리 파견 공무원들이 현재 정원 148명(청장 제외)을 직급별로 똑같이 양분하고 있고 보직도 교대 근무가 원칙이다. 여기다 부산과 경남이 교대로 추천, 임명하는 1급 청장은 이들에 대한 평정 및 승진 등 인사권 없는 허수아비일 뿐이다.

소속 직원들은 자유구역청 업무보다 생사여탈권을 쥔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만 쳐다본다. 자체 정원 확보와 인건비 국고 지원, 인사위원회 설치가 마땅하나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는 물론 여야 모두 먼 산만 쳐다본다. 이래놓고 투자유치 실적이 미흡하다고 호통만 친다. 기네스북에 오를 세계 유일의 기형적 조직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대목은 경제자유구역의 추가지정 가능성이다. 경제자유구역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국토균형발전 명분으로 3곳, 정권 말기에 3곳이 더해졌다. 그런데 MB정부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경제자유구역이 없는 강원 충북 전북 등에 또 지정한다는 소문이다. 정부는 부인하나 표심을 의식한 나눠먹기 행태가 반복될 여지가 없지 않다.

국토 면적이 100배인 중국의 경제특구 수 9개에 맞추려는 시도는 아니겠으나 차라리 최근 3년 동안 해외로 나간 2만여 한국 기업의 재유치 전략이 더 현실적이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을 어렵게 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역시 하루빨리 제거해야 마땅하다.

얼마전 헤럴드경제가 주최한 외국인투자유치 긴급 좌담회에서 “어설픈 인센티브 제공보다 외국기업 경영에 불편을 주는 최소한의 걸림돌이라도 100% 치워주려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문휘창 서울대 교수의 격정 토로가 뇌리를 때린다.

yes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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