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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올레길>느림과 사색의 여유…‘나’를 찾아 걷는다
<47> 관악산 둘레길 3구간
애국·체험 등 테마구간 구성

꼬불꼬불 길마다 이야기가…


흙·눈·솔잎 3色 어우러진 곳

주민 “오감산책 공간” 자랑


관악구 신림동 국제산장아파트에서 호림박물관까지 이어진 관악산 둘레길 3구간(4.5㎞)은 ‘느림’과 ‘사색’, 두 단어로 표현된다.

관악구는 지난해 관악산 기슭을 따라 사당역에서 신림근린공원까지 총 13㎞(6~7시간 소요)에 이르는 관악산 둘레길을 조성했는데 이를 3등분하고 애국의 숲길(1구간), 체험의 숲길(2구간), 사색의 숲길(3구간)의 테마를 입혔다.

겨울의 정취가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 20일, 3구간을 찾아 직접 거닐어봤다. 국제산장아파트 옆에 우뚝 서 있는 나무 표지판이 길 초입을 알렸다.

네다섯 계단을 올라서자 구불구불 오솔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주오는 사람과 맞닥뜨리면 비켜서 통로를 만들어줘야 할 만큼 좁은 산책로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흙길 위에 쌓인 눈과 마른 낙엽이 오도독 부서졌다. 
관악구 신림동 국제산장아파트에서 호림박물관까지 이어진 관악산 둘레길 3구간(4.5㎞). 호젓하고 단정한 숲길은 주민들에게‘ 사색의 산책로’로 사랑받는다. 안훈 기자/rosedale@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500m쯤 걸어들어가자 배드민턴장과 운동시설이 나타났다. 3구간에는 6배수지, 건우봉, 신림근린공원 등 3개의 휴게소가 마련돼 등산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배드민턴장 뒤쪽으로는 한때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로 불렸던 난곡동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속 걸어들어가자 오직 흙, 눈, 솔잎이 빚어내는 ‘3색 세상’이 펼쳐진다. 길을 조성하면서 가급적 인위 시설물 설치를 배제하고, 꼭 정비가 필요한 부분은 현지 고사목과 돌을 활용한다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 까닭이다.

간촐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관악산 수종도 한몫한다. 계곡부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신갈나무가, 능선부에는 소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3구간 중간지점에는 6배수지 조망소가 자리잡고 있는데, 관악산 연주대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연주대는 죽순이 솟아오른 듯한 기암절벽 위에 석축을 쌓고 앉은 암자다. 

신라 문무왕 17년(667) 의상대사가 암자를 세우고 참선한 데서 연유한 ‘의상대’가 옛이름이다.

관악산 올레길은 주변 역사, 문화, 생태, 경관 등과 연계된 ‘이야기가 있는 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3구간에도 정정공 강사상 묘역, 굴참나무(참나무과에 속한 낙엽교목) 등이 포진해, 방문객의 발길을 잡아끈다.

특히 신림동 굴참나무(천연기념물)는 높이 17m, 나무 밑동 둘레가 2.9m에 달하는 실제 나이 250살의 노거수다.

약 1000년 전 강감찬 장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은 자리에 자라난 나무의 후계목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산책 끝자락에 전시관 관람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1981년 호림 윤장섭이 출연한 고미술품 835점이 모태가 된 호림박물관은 현재 토기, 도자기 등 1만여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호림박물관을 등지고 10여분을 내려오면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 닿는다.

김민현 기자/k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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