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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모닝 2011>“돈에 눈먼 한류” 역풍직면…명품 ‘글로컬 콘텐츠’로 승부
신년기획 ‘스마트 아이돌’이 이끄는 신한류 ③ 지속 가능한 한류〈끝〉
상호 교류없는 문화수출·돈 받는 팬미팅 등에 거부감

‘반한류’ 견제보다 수용…소통 가능한 K팝·드라마 필요

단순한 눈요깃거리 탈피…작품·음악 완성도 키워야‘ 롱런’



신한류 바람이 거셀수록 역풍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걸그룹 멤버들을 비하하는 반(反)한류 기류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한국 드라마 쿼터제 등으로 정책적으로 한류 견제에 나서기도 한다. 여기에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에 이어 카라 일부 멤버가 소속사와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시스템 문제로 인한 내부 갈등이 가요로 재점화된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드라마, 영화에서 가요로 한류의 영역은 확대됐지만 한류의 내실을 기하고 이어가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과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혐한만화가 나왔다.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와 카라 등이 성공을 위해 성접대를 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대만은 한국드라마 방영 통제에 나섰다. 대만의 입법위원들은 ‘유선 라디오 TV 프로그램 중 본국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20% 이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유선라디오TV법’ 내용 중 20%를 40%로 바꾸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미 중국은 한국 드라마 쿼터제를 도입한 상태다.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국대중문화가 아시아 각국에서 인기를 끌며 ‘신(新)한류’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국에서는 한류 확산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혐한류와 반한류는 한류의 필연적인 반작용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 스타와 드라마, 가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한국 걸그룹은 일본 걸그룹과는 차별화된 매력으로 일본인의 기호에 맞아떨어졌다. 일본 걸그룹 AKB48은 한국인이 보기에는 동요를 부르는 것처럼 보인다. ‘가와이(かわいㆍ귀엽다)’수준에 그치는 일본 아이돌에 비하면 국내 걸그룹은 춤과 가창력, 스타일 등에서 소녀와 숙녀 사이를 넘나드는 매력을 보여준다.

한류에 대한 일본 언론의 태도는 일관성이 별로 없다. 언제라도 혐한류를 제기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양산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일본 언론들은 한국 걸그룹에 대해 “음악은 보이지 않고 발만 보인다” “허리 움직임이 유연하다” “각선미를 앞세운 소녀시대” 등의 선정적인 보도가 주를 이뤘다.

한류에 관한 각국의 문화평론가, 방송전문가의 충고와 조언을 들어봐도 장밋빛 상황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사장 김영훈) 주최로 열린 ‘2010 한류포럼’에서, 야기 사키 마이니치방송 아나운서는 “일본에서 2002년에는 욘사마를 좋아하는 엄마 세대, 한국 사극붐은 아저씨, 동방신기는 젊은 여성, 소녀시대 카라는 남성들이 각각 좋아하면서 한국문화에 더욱 익숙해졌다”면서 “소녀시대는 춤추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좋지만 일본어로 얘기할 때에는 촌스럽다. 드라마 ‘아이리스’는 번역과 더빙이 안 좋아 뜨지 못했고, 회당 45분짜리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2011년 신한류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았다. K팝의 인기는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반한류 기류도 중화권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쭈타맛 분추 태국 피사누룩 나레수안 대학 한국어과 교수는 “태국에서 연예인의 팬미팅은 공짜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류 스타들과 팬미팅을 하려면 10만원 정도를 내야 입장할 수 있다”면서 “또 스타와 사진을 찍거나 포옹을 하려면 5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설(馬雪) 중국 시나닷컴 한국 기자센터 대표도 “중국 한류 스타 팬미팅을 하면서 돈을 받는다”면서 “콘서트라는 행사명으로 돈을 받지만 실제로 노래는 1~2곡 부르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마설 대표는 이어 “예전에는 한국에서 뜨는 스타가 중국에 왔는데 요즘은 인기스타는 일본으로 가고 중국에는 오지 않는다. 문화는 상호교류해야 하는데 한국은 수출할 생각만 한다”면서 “중국 내에도 아이돌 세력이 부상하면서 한국스타들은 중국에서 한국연예인들끼리 경쟁하고, 이제는 중국 연예인과도 경쟁하는 양상이 됐다. 이런 힘든 상황 때문인지 시아준수나 장나라 등 한국스타의 친척까지 중국에서 활동하는데, 이런 현상을 별로 좋지 않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한류연구포럼을 만든 당 티에우 응언 베트남 문화전문기자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베트남인들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됐다. 드라마에서 자식이 부모를 돕는 장면은 베트남인들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54개의 소수민족이 사는 베트남도 한류의 큰 시장이다. 그러나 한류스타는 너무 건방지다”고 말했다.

외국 전문가들이 한국 스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속내는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의 한류 견제 움직임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국민감정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만일 국내 지상파 TV에서 대만 드라마가 매일 2~3편씩 방송되는데 비해 대만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거의 방송하지 않는다면 기분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자국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반한(反韓)’으로 과잉 해석한다면 양국 간의 오해만 늘어날 뿐이다.
 

소녀시대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대범하게 받아들이면서 내실을 기하고, 현지인에게 통할 수 있는 K팝과 드라마의 강점을 꾸준히 살려나가야 한다.

한국 걸그룹이 일본에서 롱런하려면 비주얼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음악적인 부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맞다. 하지만 가창력만이 살 길이라는 식의 전략도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한국 걸그룹이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높은 인지도가 생기게 된 것은 무료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 때문이다. 비주얼과 춤, 퍼포먼스 등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의 동영상을 대량 올려도 일본 신세대들이 잘 열어보지 않는다.

일본 방송국의 프리랜서 음악 PD인 다이치 씨는 “한국 걸그룹이 음악적으로 뛰어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일본에서는 한국 걸그룹에 대해 음악적으로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소녀시대 하면 미각(美脚), 카라 하면 엉덩이, 이런 식으로 외면적으로 소비되는 특징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치는 “외모나 스타일, 퍼포먼스를 약화시킬 필요까지는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또 다른 전략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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