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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대통령이 발을 덜 저는 길
與 감사원장후보 사퇴 주장

임기말 권력 이상 신호

대통령 권력 집착 버릴때

레임덕 오히려 극복 가능



요즈음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 위에 ‘발을 저는 오리(lame duck)’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최고의결기구가 청와대와 상의하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이 고른 감사원장 후보의 사퇴를 주장했고, 결국 그 후보는 사퇴했다.

사회의 구성 원리에서 나오는 현상이므로, ‘발을 저는 오리’는 보편적이다. 심지어 세포들과 유전자들의 사회인 우리 몸에서도 나온다.

사회의 근본적 구성 원리는 상호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다. 눈앞의 자기 이익만을 좇는 행동들을 자제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장기적 이익을 도모함으로써,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상호적 이타주의는 우회적이고 장기적인 과정이므로, 그것을 함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널리 알려진 ‘죄수의 양난 (Prisoner’s Dilemma)’의 경우, 합리적 선택은 상대와 협력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연속 경기로 바뀌어야, 비로소 그 경기에서 상대와의 협력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다행히, 한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의 교섭은 장기적이다.

그러나 협력적 관계가 끝나가면, 단 한 번의 ‘죄수의 양난’ 경기와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마지막 경기에선 상대와 협력하지 않고 비협력적 선택의 혜택을 독차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장 교훈적인 것은 우리 유전자들의 행태다.

유성생식을 하는 종(種)들의 경우, 한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들의 반만을 자식들에게 물려준다. 유전자들의 생존이 생명 현상의 궁극적 바탕이므로, 유전자들 사이의 경쟁은 당연히 치열하다. 경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선택 과정인 감수분열(meiosis)은 유전자들의 철저한 뒤섞음 과정을 통해서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유전자들은 그런 과정의 공정성을 믿고 따른다.

그러나 여성의 가임기엔 엄격한 제약이 있으므로, 나이가 들어가면 임신할 가능성은 빠르게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선 유전자들의 벌거벗은 이기주의가 질서를 지키는 상호적 이타주의를 이기게 된다. 그래서 종종 선택되지 못한 염색체가 억지로 끼어든다. ‘다운 증후군’은 그런 이기적 행태에서 나오는 병이다.

이렇게 보면, 이 대통령은 이번에 ‘발을 저는 오리’ 현상을 스스로 불러들인 면이 있다. 자신의 임기가 끝나가면 권력이 약해지리라 예상하고서, 충성심이 깊은 사람들을 요직들에 기용해서 대처하려 한 것이다. 그런 행동은 정권에 참여한 정치인들에게 지속적 관계가 끝나가며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똑같은 상황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기에 나왔다. 심복들을 요직들에 배치해서 ‘발을 저는 오리’를 피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그런 상황을 촉진시킨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두 해 넘게 남았다. 이 대통령은 권력을 철학적으로 바라보고 권력에 대한 집착을 억제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권에 참여한 사람들이 일찍 이기적 행태를 보이는 것을 막고 그들의 도덕심에 호소해서 상호적 이타주의의 질서를, 즉 자신의 권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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