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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어떻게 써먹어?”
무술도장마다 빼먹지 않고 홍보 문구에 집어넣는 말 중에 하나가 ‘여성호신술’이다. 그러나 정작 여성호신술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세상이 험하니 호신술이라도 배워볼까 하는 여성들에게 돌아오는 반응은 ‘배워봐야 못 써먹는다’,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뿐이다’, ‘도망가는 게 최선이다’ 같은 의견이 대부분이다. 왜일까?

무술격투기전문웹진 武Zine(이하 ‘무진’) 편집장이자 국제공도연맹 대도숙 한국지부(이하 ‘공도코리아’)를 맡고 있는 김기태 대표는 “지금까지 선보인 대부분의 여성호신술 프로그램은 사실상 그 바탕이 되는 무술/격투 종목을 호신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거나, 약간 변형한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쉽게 배우고, 간단하게 남성 가해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와는 달리, 사실상 기술체계가 지나치게 방만하고 격투기적 능력이 갖춰져야만 쓸 수 있거나 실제 여성이 주로 처하는 위기 상황과는 동떨어진 기술 체계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막상 일반 여성이 배워서 쓰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또 정당방위라는 명분 아래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많은 동작들을 무책임하게 가르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예컨대 남성이 손을 잡으면 무조건 팔을 꺾고 낭심을 걷어차거나 눈을 찌르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밤길 등의 특수 상황이 아니면 그렇게 대응했다가 과잉방위나 오상방위 등으로 오히려 여성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또, 실제로 여성들이 가장 많이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경우는 직장 상사의 성희롱과 같은 물리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케이스다.” 그는 상황에 따라 보다 이성적이고 사회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여성을 위한 호신술로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무술격투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격투기방송 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 김기태 대표는 이런 기존 여성호신술의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호신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김 대표가 개발한 ASAP(Anti Sexual Assault Program) 여성호신술은, “가장 현실적인 여성호신술”을 모토로 하고 있다.

ASAP 여성호신술은 크게 밀고, 당기고, 돌고, 주저앉는 4종의 기본 운동을 몇 가지 보조기술들과 함께 사용하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 체계를 간략화했다.

배워야 할 기술을 간략화한 대신, 실제 위기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상황 판단과 ‘예비-설득-탈출-제압’이라는 4단계 전술에 따라 호신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집중적이고 강도 높은 모의 상황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또, 김 대표는 “대부분의 무술 도장에서 배우는 호신술, 특히 여성호신술이라고 하면 낭심을 차거나 눈을 찌르고 관절을 꺾는 동작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동작들은 실제로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호신술을 실제로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을 실전처럼 연습해보지 않기 때문이다.”이라고 지적하면서 “동작이나 기술을 단순히 눈으로만 보고 머리로 기억해서는 실제로 쓰기 어렵다. 몸이 직접 그 감각을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실제에 가깝게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 힘껏 저항해 보는 ‘모델머깅(Model Mugging)’ 방식의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델 머깅’이란 1990년대 서구 사회에서 처음 소개되어 큰 인기를 모은 자기방어 훈련 방식으로 공격자 역할을 맡은 사람이 특수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방어자를 공격하면, 방어자 또한 전심전력으로 제압 또는 탈출하는 훈련 방식인데, 어떤 정해진 동작이나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 자유롭게 공격하고 저항하는 모의상황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김기태 대표의 ASAP 강좌가 유일하게 이 모델머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ASAP 여성호신술은 또, 여성들이 보다 이성적이고 사회적으로 성폭력을 예방,퇴치할 수 있도록 성폭력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과 법적 근거들, 그리고 실제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전국의 성폭력상담소와 원스톱지원센터에 대한 정보 등도 제공한다. 한국 여성을 위한 여성호신술의 ‘A to Z’를 지향한다.

김기태 대표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전적인 여성호신술 프로그램을 고민한지 10년여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고맙고 뿌듯하다. 앞으로 보다 많은 여성들이 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보급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ASAP를 기반으로 제작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인 ‘올댓호신술’은 배포된지 3개월만에 6500건 이상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하며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 오프라인 상으로도 각종 지역단체 및 대학 특강 등이 활발히 추진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댓호신술’ 앱은 SKT 애플리케이션숍 T스토어에서 다운 받을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설치 가능하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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