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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현의 중국 엿보기>후 주석 민생시찰 보도에 여론 ‘집중포화’, 왜?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부동산 가격이 날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불만에 극에 달했다.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베이징의 한 서민형 아파트 단지를 시찰한 것을 두고 “전시행정의 전형”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한 관영 언론과 정부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후 주석 민생시찰 ‘조작방송’ 논란=후 주석은 지난달 29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서민형 아파트 단지를 시찰했다. 중국 관영 CCTV는 궈춘핑이란 입주민 여성이 후 주석에게 “방 2개가 달린 45㎡ 면적 아파트를 월 77위안(1만3000원)에 빌렸다”면서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이에 후 주석은 화답하듯 “정부가 민생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저소득 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 많은 정책 도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형 임대주택은 한국의 공공 임대아파트와, 경제실용주택은 한국의 보금자리주택이나 국민주택과 유사한 개념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서민만 입주할 수 있다. 40㎡ 면적에 월세가 77위안(1만3000원)인 ‘저가형 임대주택(廉租房)’과 상업용 주택보다 저렴하게 분양되는 ‘경제실용주택(經濟實用房)’ 등을 한 데 묶어 ’보장성 주택‘이라고 불린다. 중국 정부는 내년 전국적으로 1000만 채 이상의 보장성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후 주석의 민생시찰 보도가 나간 직후 중국 인터넷에는 정부 정책의 선전도구 역할을 자처하는 관영 언론들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닉네임 ‘fatecace’을 쓰는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정부의 서민형 주택 공급 방침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의 정책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강조하는 것은 정책의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이런 류의 보도는 오히려 정부와 대중 사이에 오해와 불신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버블에 들끓는 여론=방송에 출연한 여성의 차림새나 살림살이로 미뤄 입주 대상자 선정방식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올라왔다. 중국 최대 논객사이트인 톈야(天涯)에는 “서민 아파트 입주대상자 선정방식의 공정성이 의심된다”, “조작된 인터뷰, 조작된 방송” “뉴스 같은 세상에서 평생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등 비판의 글이 쏟아졌다. 특히 이들 비판의 글들은 당국의 검열에 삭제돼 누리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해 베이징 평균 집값은 ㎡당 2만328위안(352만원)으로 전년보다 42%오른 것을 비롯해 상하이와 광저우, 선전 등 4대 주요도시 집값이 23~42%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10대 도시의 집값 평균 가격은 ㎡당 1만5523 위안으로 전달보다 0.75%가 상승하면서 4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예정이어서 중국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차 멀어질 전망이다. 중국사과학원은 지난해 말 발간한 ‘2010 경제 청서’를 통해 부동산 안정책이 중단되면 2011년 반발적 반등이 이뤄져 집값이 20-25%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따라 당국이 서민들의 불만을 검열한다 해도 집값에 대한 불만은 언제고 터져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유지현 기자의 <중국 엿보기>는=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이미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했고 최근엔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동적인 변화의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놀라움과 찬사, 경계와 질시 등 각양 각색입니다. <중국 엿보기>는 중국 내부의 목소리가 아닌, 외부의 관점에서 바라본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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