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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동의 미친 존재감?
대형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은행들은 또 저축은행권의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각 금융권역별로 운영하던 예금보험기금과는 별개의 예보기금 공동계정을 설치하자는 금융당국의 제안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로써 금융당국의 골머리를 앓게하던 부실저축은행 처리 해법이 가닥을 잡게됐다.

이에 대해 한 은행 CEO는 “김석동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존재감만으로도 시장의 질서와 기강이 잡히도록 하겠다”던 김 신임 금융위원장의 존재감이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저축은행 처리가닥=KB,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회사가 일제히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기로했다. 이팔성 우리금융회장은 지난 5일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저축은행을 1~2개 이상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산업 전체를 볼때 저축은행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은행권에 파급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대형 금융회사들도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는 “국내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류시열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조건에 맞는 저축은행이 있으면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은행들은 당국이 추진하는 예보기금 공동계정 추가 설치 방안에도 협조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금융업권별로 분리돼 있는 예보기금과는 별도로 ‘공동계정’을 추가 설치하되, 향후 발생하는 보험료의 50%만 새로운 예보기금으로 이전하자는 정부의 절충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절충안을 받아들이기로 정리가 됐다. 조만간 공식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은행과 보험권은 당국의 제안에 대해 “결국 공동계정안을 통해 저축은행 적자계정을 메우자는 것 아니냐. 은행 보험자본으로 저축은행 부실을 막을 순 없다”며 반발해왔다.

▶왜 그랬을까=김 위원장의 존재감외에는 따로 설명할 길이 없다. 시챗말로 ‘미친 존재감’이다. 시중은행은 자회사로 저축은행을 둘 경우 (저축은행의)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업에 쉽게 뛰어들지 않았다.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할 때마다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했던 것처럼 은행들은 여론의 화살을 경계했다. 물론 300조원을 넘나드는 자산으로 얼마든지 그 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했다.

저축은행 부실이 공론화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시중은행의 대승적 동참을 촉구하는 당국의 목소리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민영화에, KB금융은 수익력 회복을 위한 체질개선에, 신한지주는 화재(내홍) 진화에, 하나지주는 외환은행 인수에 각각 집중한 까닭이었다. 이런 와중에 대형 시중은행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저축은행 인수 계획을 밝혔다. “시장안정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한 발짝 앞선 대응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지난 3일 취임사를 반복하듯, 은행 수장들은 “금융산업의 안정을 위해”,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 3,4일 이틀간 대다수 은행 CEO들이 김 위원장의 취임을 축하하고 신년 인사차 금융위를 방문했다”며 “시장안정을 위해 업계가 나서 협조해달라는 위원장의 말 한마디가 이처럼 큰 효력을 보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장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가계대출과 외환건전성 제고, 시중유동성 쏠림 현상에 대한 해법도 조만간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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