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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불이익ㆍ경력단절…한국 워킹맘들의 ‘5중고’?
여자 전공의들이 “4년간 결혼ㆍ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노예계약을 작성한 뒤에야 선발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아이가 있는 여성 지원자는 성적과 무관하게 아예 논의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밝혀져다. 한국에서 여성들이 취업하거나 직장생활을 할때 여전히 결혼이나 출산, 육아문제로 불이익을 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각종 출산장려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은 정책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따로 돌아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가정생활과 일을 병행해야하는 소위 ‘워킹맘(working momㆍ일하는 엄마)’들의 고충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출산휴가 뒤 복귀 때 불이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미 지난 2008년 3월28일부터 시행됐지만, 법이 있어도 분위기나 눈치때문에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정책 따로, 현실 따로’에 한국의 워킹맘들이 겪는 ‘5중고’를 살펴보고, 저출산의 대안은 없는지 짚어본다.

한국의 워킹맘, ‘5중고’에 운다

①노예계약

“전공의(레지던트) 기간(4년) 동안은 결혼ㆍ출산을 하지 않겠다.”
산모와 출생아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료계에서조차 출산을 꺼리는 문화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대학병원들이 임신과 출산에 따른 업무공백을 꺼려 전공의 선발과정에서 여성 응시자로부터 이 같은 서약서를 받고 있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최근 병원현장에서 “아이 낳지 말라”고 강요하는 실태를 고발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 4명을 뽑겠다고 공고한 과에 남성 지원자가 3명, 여성 지원자가 7명 응시했다. 성적순으로 상위 5위권에 든 것은 모두 여성이었지만 결국 남성 2명과 여성 2명이 뽑혔다. 지원자 중 3개월 된 아이가 있는 여성 지원자는 애초부터 성적과 무관하게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 같은 문제는 업무의 과중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4~5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총 942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42%가 주당 100시간 이상을 근무하며 26%는 주당 80~100시간을 근무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8%가 휴일도 없이 상시 출근한다고 답해 업무의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 14일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답한 전공의도 64%에 달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서로 휴가를 가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탓이다.

②인사불이익

‘워킹맘’들이 직장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워킹맘 1308명 등 19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대한민국 워킹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이 직장생활에서 최대 고충으로 지적한 것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42.4%,복수응답)이었다.

10명 중 4명 이상의 워킹맘이 업무성과와 관계없이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중요 업무에서 배제된다고 답했다. 2위로는 ‘만성적인 야근 등 과다한 업무’(32.3%), ‘예측 못한 야근과 회식’(29.9%),‘남성 위주 조직 문화’(26.5%) 등 경직된 직장 분위기와 근무 조건을 꼽았다. 인터뷰에 응한 워킹맘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걱정해 임신 중에도 외국출장을 여러차례 다녀오거나,오후 늦게 갑자기 업무 지시가 내려와 아이를 돌볼 사람을 찾느라 쩔쩔맸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 이유로는 ‘상사의 눈치’(44.1%)가 가장 많았고 ‘인사상 불이익 우려’(37.5%), ‘회사의 의지와 독려 부족’(27.2%) 등을 꼽았다. 따라서 워킹맘들은 ‘워킹맘 안식년제’(43.1%)와 ‘사내 육아지원시설’(41.7%) 등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③경력단절… ‘연간 770만원’ 손실

출산을 한다는 것은 워킹맘 입장에서 볼때,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애를 낳는 쪽을 택할 때의 기회비용은 출산 등으로 잃을 수밖에 없는 이득이다. 더욱이 경력이 단절됐을 때의 손실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20세 때 취업한 여성 A와 B의 연봉은 각 연 2000만원, 매년 100만원씩 인상. A는 독신(혹은 결혼 후 출산 거부). B는 30세에 결혼ㆍ출산ㆍ양육으로 퇴직, 5년 후 직장 복귀. B의 35세 재입사 때 초봉은 2500만원, 매년 100만원씩 인상을 가정해보자.

A와 B의 소득의 차이를 따져보면, B는 A에 비해 30세부터 5년 동안 1억6000만원의 소득을 얻지 못하며, 35세에 직장 복귀해도 A보다 연봉이 매년 1000만원씩 낮다(A의 35세 때 연봉 3500만원). 정년이 55세라면 B는 A보다 총 3억7000만원(1억6000만+2억1000만)의 소득을 놓치게 된다. B의 출산 및 육아에 따른 기회비용은 3억7000만원인 셈이다.

이 정도 비용을 마음 속에서 계산하면서 애를 낳겠다는 결심을 하기란 쉽지 않다. A가 그런 경우다. 애를 하나 더 낳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물론 A의 기회비용도 있다. 가정의 단란함, 자식 키우는 재미 등은 금전적으로 계산은 어렵지만 그가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잃게 된 것임엔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는 3억7000만원의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쪽을 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처럼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힘든 한국의 현실때문에 육아부담이 큰 30대 초반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1.5%를 크게 밑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30대 여성 취업자의 경우, 경력단절이 있다고 가정하면 연간 소득이 770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력단절이 없는 경우와 비교하면 소득이 74%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토록 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9년 기준 1만9830달러에서 14%가 늘어난 2만2626달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④출산 역차별

‘출산 역차별’은 워킹맘에게 다가온 또 다른 고민거리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2년까지 직원들의 평균 자녀수를 2.0명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출산 및 양육에 유리하게 근로형태나 인사 및 경력관리, 교육훈련, 보육지원 방안 등을 바꾸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의 기혼직원의 평균 자녀수는 1.63명. 전체 공무원의 평균 자녀수인 1.82명보다 적다.

따라서 복지부는 올 1월부터 출산장려 차원에서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승진시 총 평점(100점 만점)에 특별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로써 272명이 다자녀공무원 가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자녀를 2명 이상 둔 것은 근무성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욱이 개인의 사정으로 아이가 없거나 1명인 직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텐데, 여기에 인사상 불이익까지 당한다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자녀를 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좋지만,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인사상 역차별’을 당하는 것 또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⑤성희롱

‘성희롱’은 직장여성들이 겪는 또 다른 고충이다. 취업도 어렵고 일단 들어가도 각종 편견때문에 직장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국여자의사회의 설문조사 결과, 여의대생 및 여전공의의 경우 약 20%가 성희롱을, 약 2%가 성추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한 대상은 교수나 전문의, 동료전공의 등으로 나타나 직장 환경 자체가 열악함을 반영해주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은 비단 의사집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는 보다 빈번한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여자의사회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간 전국 대학병원 여전공의 3805명과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3ㆍ4학년에 재학중인 여학생 1905명을 대상으로 ‘의학전공 여학생과 여 전공의의 환경개선과 진로 결정을 돕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련과정 중 성희롱 또는 성추행 등의 경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본인이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학생은 ‘가끔 있다’가 183명(15%), ‘자주 있다’가 11명(1%)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역시 ‘가끔 있다’가 228명(19%), ‘자주 있다’가 7명(1%)로 비슷했다. 다른 사람이 성추행을 겪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학생과 전공의는 ‘가끔 있다’ 23%ㆍ26%, ‘자주 있다’ 각각 1%로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더욱이 성추행 혹은 성희롱을 한 대상에 대해 의대 학생은 교수/전문의 41%, 전공의/조교 27%, 동료학생 23% 순으로 조사됐으며, 전공의의 경우 교수/전문의 46%, 상급전공의 33%, 동료전공의 10% 순이었다. 재학 및 수련중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병원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과 전공의는 ‘가끔 있다’ 42%ㆍ62%, ‘자주 있다’ 32%ㆍ23%로, 대부분이 차별적인 환경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구체적으로는 ▷여자화장실 ▷수술실 내 여자탈의실 ▷여자 샤워실 ▷여자 당직실 부족 등이다.


▶“한국 출산율 1.19명” OECD 최저…‘교육비 부담’이 걸림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OECD 31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것도 5년 연속 ‘꼴찌’다.
기획재정부가 올 5월27일 공개한 ‘2010년 OECD 통계연보(OECD Factbook)’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전년(1.25명)보다도 더 낮아져 2004년 이후 5년째 최하위다. OECD는 한국이 이 같은 출산율 저하에 따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현재 11.0%인 고령인구 비율이 2050년엔 38.2%로 4배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인구 또한 2020년에 4932만명에서 2050년엔 4234만명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령화 진행 속도가 급격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저출산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필립 모건 미국 듀크대학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 좋은 직장과 좋은 배우자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게 문제”라며 “이때문에 결혼도 늦어지고 출산율도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 교수는 “저출산은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출산을 가로막는 장벽이 더욱 높은 것 같다”며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헤럴드경제가 올 9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학원비, 등록금 등 대학교 졸업까지 드는 교육비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54.4%를 차지했다. ‘일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하기 어렵다’는 의견은 27.5%였다. 이어 ‘출산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적다’는 9.2%, ‘아이한테 얽매이는 삶이 싫다’는 6.1%, 모름과 기타 의견이 2.8%로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교육비와 자녀 양육에 부담감이 더욱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교육비와 자녀 양육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각각 57.6%와 29.2%로 조사돼, 같은 응답을 한 남성들보다 5~6%포인트가량 높았다. 여성들이 실제로 자신들이 낳는 아이에 대한 평생양육, 교육 비용 같은 육아 부담을 현실적으로 크게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대별로는 결혼해 자녀를 기르고 있는 30대와 4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교육비와 자녀양육에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민층에서는 교육비(48.5%)와 함께 출산에 대한 정부의 경제 지원책이 너무 적다는 의견이 33.3%로 뒤를 이어, 정부지원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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