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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 ‘거물’ 리쌍, ‘예능 초보’라도 즐거운 이유

  • 기사입력 2010-08-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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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듀오 리쌍이 결성된 건 2002년이지만 길과 개리는 국내 힙합 1세대로 불린다. 허니 패밀리 멤버로 99년과 2000년 두 장의 앨범에 참여하며 개성있는 목소리를 들려준 길과 개리. 결국 리쌍이란 이름의 듀오를 결성하고 힙합신에 족적을 남기게 된다.

드렁큰타이거를 필두로 결성된 힙합 크루 무브먼트의 멤버이기도 한 리쌍은 날카로운 가사로 힙합 매니아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정인, 알리 등 객원보컬들과 호흡을 맞춰오며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어온 리쌍은 2009년 10월에 발표한 정규 6집 ‘HEXAGONAL’이 발매 직후 모든 음악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아이돌 그룹이 지배하고 있던 가요계에 큰 파장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힙합계 리쌍의 모습과 달리 멤버 길과 개리는 예능계로 진출해 의외의 모습으로 대중적 인기까지 얻기 시작했다. 먼저 예능계에 발을 디딘 길. 최근 뒤늦게 초보 예능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개리. 그들은 그동안 숨겨둔 예능감을 폭발시키며 예능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길, 예능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나?

예능에서 길의 강점은 친구들끼리 사적인 농담을 주고받듯 토크를 툭툭 던진다는 점이다. 일반 사람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장난하듯이 상대를 골탕 먹이는 행위나 토크는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의외성을 장기로 삼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썩 잘 먹힌다. 길은 표현 수위를 제법 높게 잡기도 했지만 살아있는 토크로 ‘독특한 캐릭터’로 인식되는 데 성공했다.

‘무한도전’에서 단기간에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토크스타일이 크게 작용했다. 자신의 느낌을 아무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길은 다른 멤버들과 부딪치며 새로운 관계가 나오는 등 활력소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길은 “내가 하는 말은 사회에서 누구든지 하고 있는 장난이다. 친구끼리 있다가 한 사람이 화장실 갔을 때 ‘저 친구가 그랬어’하고 한마디 하면 화장실에서 돌아온 친구가 ‘내가 언제 그랬냐’하고 말하는 식이다. 누구든 친구들과 지어낸 말을 하기도 하지 않나. 그걸 방송에서 해보는 거다”라고 설명한 적이 다. 

이런 장기를 바탕으로 길은 요즘 ‘무한도전’ ‘놀러와’ ‘야행성’ 등 예능인으로서의 행보를 확장시키고 있다. 길은 ‘무한도전’에서 관계 변화가 별로 없던 기존 구도에 긴장감을 부여해 활력소 역할을 해냈고, ‘놀러와’에서도 이하늘과 골방브라더스로 분위기를 띄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직설과 강공이 가끔 무리수로 작용할 때도 있다. 뜬금없는 저질 발언은 아슬아슬할 순간도 있다. 길은 여전히 예능 초보다. 처음부터 콩트 코미디를 익혀 예능에 뛰어든 게 아니라 힙합 음악을 하는 가수로 갑자기 예능에 뚝 떨어진 셈이다.

길은 ‘놀러와’에서 가끔 말을 만들어 했고, ‘무한도전’ 시크릿 바캉스편에서는 유재석과 박명수의 구두를 감췄다. 재미를 주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네티즌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런 유머 방식은 상당부분 노출된데다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길은 레슬링 특집에서 ‘무한도전’ 멤버중 유일하게 ‘수플렉스’라는 기술을 체험하지 못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지난 겨울 촬영했기 때문에 몸을 적극적으로 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하는데, 평소 적극적이던 길만 겁을 먹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길의 의도와 시청자의 반응이 다른 경우가 생기는 것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길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강한데 그 안에는 순한 어린이가 있다”고 일반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말을 한다.

‘놀러와’에서는 ‘못난이’라는 설정과 ‘골방’이라는 상황이 부여된 상태이기 때문에 다소 엉뚱하고 부적절한 발언도 용납될 때가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녹여들지 못한 채 툭툭 던지는 토크는 장기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 표현의 수위나 타이밍을 더 잘 조절해야 한다. 길은 자유롭게 던지는 그의 토크 특징을 살리면서도 세기(細技)를 조절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

서병기 대중문화 전문기자wp@heraldcorp.com



■개리,선글래스를 과감히 벗다

개리(본명 강희건ㆍ33)가 SBS ‘런닝맨’의 고정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한 팬들 중 상당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개리가?”라고 외치는 리쌍의 팬들. 예능과 거리를 두고 음악 작업에 몰두할 것만 같았던 개리의 예능 진출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개리는 길 못지않게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유머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난 재주꾼으로 통한다. 친구 길이 예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개리의 예능 진출은 자연스럽게 예견됐다. 하지만 개리는 쉽게 예능의 길로 접어들지 않았다. ‘놀러와’ 등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가끔 얼굴을 내비춘 적은 있지만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런닝맨’을 계기로 예능인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가수로 데뷔한지 10년이 훨씬 지난 중견이지만 예능계에선 엄연한 ‘초보 예능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개리는 예능 진출에 대해 “드디어 내가 선글래스를 벗었다”고 표현했다. 무대에 오를 때 그는 언제나 선글래스를 착용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예능과 무대의 선을 확실히 긋겠다는 개리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선글래스는 예능과 음악을 구분 짓는 매개체인 셈이다.

리쌍의 가사들을 대부분 써온 개리는 그간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건드렸고, 또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를 비꼬아 왔다. 예능의 이미지는 결국 그의 음악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더이상 그의 음악들은 예전의 맛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개리는 “예능 활동으로 인해 지금까지 몰랐던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그는 “예능으로 인해 음악적인 색깔이 조금 달라질 수 도 있겠지만, 그것이 리쌍의 근본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쌍에게, 특히 개리에게 음악적 자존심 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예능 초보’로서 개리는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지금까지 개리가 보여준 예능에서의 모습은 ‘무표정’이다. 분명 그는 친구 길이 예능에서 시도했던 방식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

‘런닝맨’에서 개리의 역할은 그야말로 보조. 길과 개리 모두 만능MC 유재석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길과 개리의 각각의 리액션 만큼은 상반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제 때 치고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개리의 역할은 ‘나서지 않음’으로 보는 것이 맞다. 마치 ‘1박2일’에서 김C가 오랫동안 기회를 기다렸듯, 개리 역시 차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개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가식적이지 않은 ‘청국장’ 같은 숙성된 캐릭터를 유지한다면 시청자들은 점차 그를 환영할 것이 분명하다.

홍동희 기자/my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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