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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격을 높이자>‘사생활 침해=중범죄’ 인식 공유해야 진정한 IT선진국

  • 기사입력 2010-07-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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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녀·배신남 등 도덕적 일탈 빌미

직장·가족까지 찾아내 여론재판

익명 악플로 죄의식 없이 ‘인격살인’


법적 규제·윤리 교육 병행

피해자 구제장치도 마련 시급



올 3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9년 정보문화지수 조사’. 네티즌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스스로 생각하는 문화 수준은 100점 만점에 70점도 채 안 됐다. 인터넷 정보이용능력은 상당히 높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예절인식, 규범준수 등 문화적인 수준은 66.2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터넷 문화가 꽃핀 지 10년이 지나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지만, 이를 건강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의 순기능에 반해 개인정보 유출이나 악성 댓글, 검증되지 않은 거짓 정보, 불법 다운로드, 해킹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그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도를 넘은 마녀사냥식 여론재판= ‘경희대 패륜녀’ ‘발길질녀’ ‘배신남’ ‘고양이폭행녀’ ‘루저녀’ 등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해 인터넷을 달군 별칭들이다. 이들 사건은 대부분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들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경우다.

이 같은 인터넷 여론재판이 본격화된 계기는 2005년 지하철에서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이른바 ‘개똥녀’ 사건. 당시 네티즌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이 여성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순식간에 퍼뜨렸다. 지난 5월에는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폭언을 한 ‘경희대 패륜녀’에 이어 지하철역에서 사소한 말다툼 끝에 임신부 배를 걷어찬 ‘발길질녀’가 뭇매를 맞았다.

네티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당사자 신분은 물론이고 직장과 가족관계, 사진 등을 찾아내 여론몰이를 하며 ‘사이버 법정’에서 단죄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상에서 저지른 잘못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자신의 잘못에 비해 과도한 ‘처벌’과 ‘응징’이 가해진다는 것. 악성 댓글 등 언어폭력을 비롯해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정보노출까지 감수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을 들끓게 한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이나 지난해 인기그룹 2PM 멤버 재범의 블로그 글 논란으로 당사자들은 여론재판에 내몰려 유ㆍ무형의 피해를 봤다. 설사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사생활까지 마구 폭로되면서 ‘여론재판’에 내몰리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인터넷이란 공간은 ‘정보의 유통’뿐만 아니라 ‘감성의 유통’도 함께 이뤄진다. 이때 불만이나 분노, 실제로 하지 못하는 욕설 등을 익명성에 의존해 표출하곤 한다. 정보유통 속도가 걷잡을 수 없는 인터넷 속성상 마녀사냥을 당한 피해자는 구제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진정한 정보기술(IT) 강국이 되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예절과 규범 준수 등 문화적 수준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악성 댓글, 허위정보, 불법 다운로드, 해킹 등 오히려 인터넷 보급 확대의 부작용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며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진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습. [헤럴드경제DB]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도용은 범죄
=인터넷 공간에서는 익명성을 무기 삼아 빈번하게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가 이뤄지기도 한다. 마냥사냥식 여론몰이는 엉뚱한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5년간 사귄 여자친구 몰래 다른 여성과 결혼하려 한다는 ‘배신남’ 사건의 경우, 이름이 같은 남자의 결혼 사진이 올려져 피해를 봤다. 경희대 패륜녀 사건도 무관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돼 비난과 욕설을 받기도 했다. 올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에서 한국팀에 실격을 선언해 논란이 됐던 제임스 휴이시 심판도 호주 집 주소와 이메일, 전화번호 등 사생활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인터넷에 타인의 신상정보를 올리거나 도용하는 행위, 무턱대고 악성 댓글로 비난에 나서는 행동은 엄연히 범죄다. 작년 ‘조두순 사건’ 당시 범인의 사진이라며 인터넷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잘못 올렸던 누리꾼 60여명은 불구속입건된 바 있다. 인터넷에 올려진 내용이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비방의 목적으로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올리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게 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정보를 퍼뜨릴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물론 감정이나 흥미, 재미를 위한 일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피해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크로 블로그 ‘트위터’에서 유명인 명의 도용 사건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기가수 나르샤를 사칭한 네티즌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밝히며 사진을 게재해 진위논란에 휩싸였다. 또 탤런트 정일우와 김소은 등 연예인을 사칭한 트위터가 속속 발견돼 일부 소속사가 사이버수사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등 법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네티즌 자성 의식 필요=인터넷 문화가 성숙할수록 자정 작용은 더욱 활발해진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국민의 알권리라는 순기능이 역기능으로 뒤틀린 사례들.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의 의식수준 향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격살인과 다름없는 인터넷상 여론몰이에 대한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사회적으로 반성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인터넷에서 지나친 사적인 공격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법적 장치와 개인 윤리의식이 함께 가줘야 한다. 가상공론장에서의 기본 예의를 중고교 과정에서 교육하는 등 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인터넷상 정책은 어디까지나 법적 장치와 개인 및 집단의 자체 규제, 윤리의식이 함께 가줘야 한다. 인터넷 관련 기관에서 여론재판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네티즌 자정 의식에 대한 필요성을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사회 전체적으로 이들 프라이버시를 무단으로 침해하는 것이 중대범죄라는 의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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