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는 내 강한 캐릭터 식혀준 작품”-설경구
배우 설경구는 한 번도 악역을 해 본 적이 없다. 다만 강한 역할들이었을 뿐이다.
“내가 나쁜 역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오히려 불쌍한 역을 많이 했는데.(웃음)이번 영화는 그런 면에서 내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평범해요. 뭔가 저한테 뜨거운 불만 있었다면 물로 조금 식혀 낸 느낌이랄까.”

영화 ‘해운대’가 설경구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지난 26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인터뷰와 새로 촬영에 들어간 차기작 ‘용서는 없다’ 때문에 지쳐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운대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용서는 없다’ 촬영 도중 나도 모르게 부산사투리가 나왔다”며 밝게 웃었다.

영화 ‘해운대’에서 그가 연기한 ‘최만식’은 상가 번영회장이자 횟집 사장이다.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로 무뚝뚝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인 연희(하지원 분) 앞에서는 한없이 얌전하고 순수해지는 사람이다.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윤제균 감독의 인간적인 면모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
“둘 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처음 만났을 때 윤 감독이 본인이 살아왔던 10여 년의 얘기를 솔직하게 하더라구요. 먹고 살려고 시나리오 쓴 얘기부터 감독이 없어서 본인이 직접 연출을 맡게 된 사연까지. 나중에는 눈물까지 비치는데 그냥 믿고 하고 싶었어요. 물 나오는 CG가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를 들어서 걱정도 됐지만 우리 영화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니까요.”

‘해운대’가 그에게는 벌써 17번 째 영화이다. 만 십년 동안 일 년에 한 작품 이상씩 쉼없이 달려온 그는 작품 수가 많아질수록 개인적으로는 좁아지는 느낌이라는 고민을 토로했다.


“더 보여줄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설경구가 할 수 있는 분노, 슬픔 등 다 해봤잖아요. 사람들은 배우가 변신해 주길 바라는데 본질적으로 ‘나는 나’이기 때문에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라는 고민은 제가 안고 가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지연 기자/jyjeong@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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