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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ㆍ최홍만 ‘기미가요 박수’ 무조건 매도는 곤란

  • 스포츠일반
조혜련ㆍ최홍만 ‘기미가요 박수’ 무조건 매도는 곤란
기사입력 2010-03-31 21:55
개그우먼 조혜련이 일본의 한 TV방송에 출연해 ‘기미가요’에 박수를 쳤다는 사실이 논란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조혜련은 대본에 없던 일이었고, 기미가요가 뭔지도 잘 몰랐던 상황에서 분위기에 맞춰 박수를 쳤을 뿐이라고 해명을 했는데요.

상당수의 여론은 사전에 국가독창이라는 멘트도 나왔고 사전 준비가 철저한 일본 방송 특성 상 일본 국가가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 없으며, 일본에서 방송 생활을 하고 일본어 교재까지 낸 조혜련이 일본 국가가 기미가요이며 그것이 어떤 의미의 노래인지 모를 수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기미가요가 왜 문제가 되는지는 여기서 또 설명하기보다는 여타 보도 내용이나 위키백과, 지식검색 등을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한편으로는 일본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개그우먼이 프로그램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나 상대 국가에 대한 예의 상 그 정도는 따라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 정도 얘기로는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적인 분위기가 고조되는 데에는 약간의 과장되거나 잘못 전달된 보도 내용도 한몫을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선 관련 뉴스들이 조혜련이 마치 기미가요를 부를 때 박수를 맞춰 친 듯한 뉘앙스를 풍기거나, 혹은 노래가 끝난 후 기립박수를 쳤다는 등의 표현으로 조혜련이 기미가요에 매우 적극적으로 성원한 것처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방송은 대운동회 컨셉트를 가진 프로그램이었고 따라서 모든 출연진이 애초부터 선 상태에서 노래를 들었고 박수도 쳤을 뿐입니다. 노래가 나오는 동안 조혜련은 양손을 모은 채 서있었을 뿐이었죠.

노래가 끝난 후의 박수는 기미가요에 대한 박수라기보다는 그저 그 노래 하나를 부르기 위해 찾아와준 가수의 수고에 대한 예의 정도로 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더구나 거기서 기미가요를 부른 야시로 아키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여성엔카가수일 뿐 아니라 화가로서도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사람입니다. 따라서 일본인 출연진들 역시 야시로 아키의 이름이 불리고 모습이 드러나자 대단한 사람이 왔다며 감탄사를 내뱉았죠.

그들의 박수 또한 전체적으로 이런 야시로 아키의 등장과 노래에 대한 박수라고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달랐을테고 박수의 의미는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니, 일단 기미가요라는 노래의 상징성을 봤을 때 문제 제기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함께 출연했던 최홍만이 박수를 치지 않았다고 하면서 조혜련과 비교한 일부 뉴스는 명백한 오보였습니다. 비록 화면에 조혜련처럼 박수치는 모습이 정확하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노래가 끝난 후 최홍만임에 분명한(워낙에 키가 크다보니 싫어도 구분이 되는) 인물이 박수를 치는 뒷모습이 방송 화면에 잠깐 보입니다. 뉴스들이 인용하고 있는 캡처 화면(최홍만이 무표정하게 서있는)은 아직 노래를 듣고 있을 때의 모습이고요. 아마도 처음 그 내용을 소개했던 일부 게시판이나 블로그의 내용을 참고해서 뉴스를 작성하다 보니 그런 오류가 나온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렇다고 제가 최홍만도 나쁜 놈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다만 잘못된 보도 내용에 대해서 일단 짚고 넘어가보자는 것일 뿐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 조혜련이나 최홍만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미가요가 어떤 노래인지 모르느냐, 왜 거기에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했느냐고 하지만 미리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혹은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긴장 상황이 닥쳤을 때 그에 대해 냉정하고 철저히 이성적으로 대응하기란 참 힘듭니다.

예컨대 미리 답변을 준비해간 면접 자리에서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답변을 내뱉게 된다거나, 선배나 직장 상사 또는 웃어른이 틀린 말을 하더라도 분위기 상 그냥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간 경험들은 다들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라면 소위 말하는 `영업용 미소`나 `예의상 박수`는 자신의 본심과 관계없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들이죠.

실제로 저도 이번 케이스와 매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본인 관계자들과 노래방에 가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가 마무리 곡으로 갑자기 옛날 졸업식 노래를 다 함께 부르자는 겁니다. (우리가 노래방 나갈 때 `다음에 또 만나요` 부르듯이 -_-)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의 졸업식 노래는 우리처럼 딱 정해진 노래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불렸던 2가지 노래가 있었는데, 둘 다 내용 상 문제가 있다고 해서 불리지 않게 되고 매년 각 학교마다 투표를 통해 인기있는 졸업식 노래를 정하는 것이 관례가 됐죠.

특히 그 불리지 않게 된 두가지 노래 중 하나인 ‘반딧불빛(호타루노히카리)’은 제국주의 사상이 반영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노래입니다. 우리에게도 ‘석별의 정’으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에 일본어 가사를 붙인 이 곡은 1, 2절까지는 ‘형설지공’의 고사나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큰 문제가 없으나 3, 4절에서는 영토 확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실제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시절 점령지 변화에 따라 가사가 바뀌는 등 적나라한 제국주의적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는 일본 내에서도 3, 4절은 불리지 않고 있습니다만 1, 2절은 홍백가합전의 마무리 노래 등으로 여전히 많이 불리고 있죠.

또 하나의 노래 ‘우러러보니 드높아라(아오게바토우토시)’ 또한 작자 미상의 스코틀랜드 민요의 개사곡입니다. 이 노래는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가사로서 사실 기미가요나 반딧불빛처럼 내용상 드러나는 문제는 없습니다만, 전후 일본의 독특한 사정에 의해 기피곡이 된 경우입니다.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래 `스승에 대한 존경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1960년대 말에 이르러는 일본 내에서 학생운동 등으로 구체제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면서 부르지 않게 된 것이죠. 이 때문에 좋은 곡이 지나친 정치적 이념 때문에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동무`란 말이 반공주의의 영향으로 기피어가 된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당시 저는 혹시 반딧불빛이라도 부르자면 어쩌나 하고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 자리에서 불렀던 노래는 ‘우러러보니 드높아라’여서 한숨 돌렸지만요. ^^;; 하지만 일단 안심하고 있으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은 계속 들더군요. 사실 일본의 졸업식 노래에 그런 사연이 있다는 것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지만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이 노래도 뭔가 구린 것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그걸 그 자리에서 노래 끊고 물어볼 수도 없고... 애매하다고 거기서 분위기를 안 맞출 수도 없고...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 참으로 복잡한 심경이었으니까요. 일본인들 사이의 정서에서라면 그런 상대가 곤란해할 상황을 만들어내다니 ‘민폐(메이와쿠)’였다거나 ‘실례(시츠레이)’였다며 유난을 떨 수도 있을 상황이었죠.

마찬가지로 이번 기미가요 건도 한국인이나 중국계 출연진이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기미가요를 충분한 상황 예고없이 내보낸 일본 제작진의 무신경한 마인드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익 음모론도 제시됩니다만, 그보다는 제작진이 기미가요와 외국계 출연진의 관계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거나, 의식했다 하더라도 그저 일본 프로그램인데 뭐 라는 식으로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물론 그것을 본 일본우익은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오버센스죠.)

그리고 그로 인해 조혜련이나 최홍만, 그리고 나아가서는 한국 국민들에게 결과적으로 심적 불편과 불이익을 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 정서에서도 출연자에게 매우 폐를 끼친 일이 되므로 일본 방송사 측에 항의를 하거나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조혜련, 최홍만 당사자들이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 당당히 조치를 취한다면 좋겠습니다. (조혜련의 경우 이전 한국 비하 발언 논란이 있은 후 일본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한일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은 피해달라고 요청을 했던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 또 벌어졌다는 것은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할 부분이겠죠.)

실수는 실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수습하고 이후 상황을 개선하려 하는가는 그야말로 본인들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가 달라지는 문제니까요. 네티즌 여러분들도 조혜련이나 최홍만의 행동을 나무라는 것도 좋지만, 이런 항의 활동에 힘을 모아주시는 편이 앞으로 또 이런 해프닝이 벌어질 수 있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일본에 진출해있거나 활동을 꾀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인들 또한 이처럼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겪을 수 있는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닥치면 대처하기 곤란한 일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상징적 표현이 많은 일본 문화와 전범국가로서의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복잡미묘한 행동이나 현상들이 일본 내에는 너무나 많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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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준비를 한다고 해도 충분히 문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해프닝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은 단순히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모르고 있던, 혹은 현실적으로 직시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체감하면서 문제 의식을 갖고 앞으로 그에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무진 김기태 기자
<기사제공:격투기웹진 무진(www.moozi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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