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적 죽음 日사카이 ‘신화’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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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일본의 인기가수 ‘자드(ZARD)’의 사카이 이즈미(40.坂井泉水.본명 가마치 사치코)가 사망했다. 원맨 유니트 자드의 보컬 사카이는 자궁암 치료차 재입원한 병원 비상계단에서 3m 아래로 추락해 뇌좌상으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팬들과 언론은 사카이의 죽음이 자살이냐 사고사냐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각종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카이의 과거가 재조명받으면서 오히려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 비극적 인물을 영웅시하는 일본인에게 사카이가 전설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일본 도쿄 록본기에 위치한 사카이의 소속 사무소에는 자드의 곡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무소 직원들은 상복을 입고 몰려든 팬들을 맞아 헌화대로 안내한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28일 도쿄 간다에 위치한 아라타마 서점에서는 가수 데뷔 전 레이싱걸로 활동한 사카이의 90년 섹시 화보집 ‘녹턴(Nocturne)’이 12만엔에 팔리는가 하면 또 다른 서점에서는 사카이의 섹시한 사진이 담긴 90년 7월 30일판 ‘주간 플레이보이’가 5000엔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극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감성을 방증하고 있다. ‘포지션’의 리메이크곡으로 잘 알려진 ‘I Love You’의 원곡을 부른 가수 오자키 유타카(尾崎豊)에 대한 일본의 애정도 같은 맥락이다. 1965년생인 오자키는 1983년 ‘I Love You’가 수록된 싱글 앨범 ‘열일곱살의 지도(十七歲の地圖)’로 데뷔, 네 번째 싱글 앨범 ‘졸업’으로 젊은이 사이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수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작사.작곡 실력을 겸비해 천재로 불렸던 오자키는 스물여섯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급사했다.

의문의 죽음은 당시 큰 화제를 모으며 오자키를 전설 속의 인물로 만들었다. ‘I Love You’는 2004년 오자키 유타카 트리뷰트 앨범 ‘BLUE’에서 우타다 히카루가 노래한 것 외에도 시즈키 아사토, 혼다 미나코, 가와구치 교코 등이 리메이크한 곡이다. 최근에는 인기가수 나카시마 미카의 리메이크 소식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오자키는 지난 3월 30일 니혼TV를 통해 방송된 ‘일본사람이 좋아하는 100명의 위인-영웅편’의 9위를 차지할 만큼 일본인에게는 신화적인 존재다. 1위를 차지한 에도 말기의 정치가 사카모토 료마를 비롯해 2위의 나폴레옹, 3위의 오다 노부나가, 6위의 잔 다르크까지 역사적 인물 속에서 오자키는 유일한 현대인이자 대중문화인이었다.

98년 사망한 록그룹 엑스재팬(X-Japan)의 기타리스트 히데 역시 자살이냐 과로사냐를 두고 팬들의 설전이 벌어졌던 인물. 히데는 비극적 죽음 이후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에는 히데의 고향인 요코스카에 일본 록가수를 기념하는 최초의 박물관인 ‘히데시티’가 건립됐다. 박물관에는 히데가 생전에 애용했던 기타와 애장품, 사진이 전시돼 있다. 현지 언론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본인은 피해자의 입장이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비극적인 인물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죽음을 아름답게 여기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김하나 기자(h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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