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사건' 피의자 백모 씨(좌)와 '중랑구 살인사건' 피의자 최성우(우). 두 사건은 정신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아파트 이웃 주민을 살해했음에도 전자는 신상공개가 안되고, 후자는 신상공개가 돼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같은 아파트의 이웃에 사는 노부부를 지팡이로 무차별 폭행해 한 명을 살해한 조현병 환자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정신병을 갖고 아무 이유없이 아파트 이웃주민을 살해했다는 점에서 '서울 은평구 일본도 살인사건', '최성우 살인사건'과 비슷하기 때문에 세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 박재성)는 2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45)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와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박 씨는 지난 4월 18일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70대 노부부의 지팡이를 빼앗아 무차별 폭행해 피해자 중 한 명인 할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박 씨는 중상해 혐의로 체포됐으나, 병원에서 치료받던 할머니가 사망하면서 살인죄로 변경됐다.

조현병을 앓고 있던 박 씨는 사건 당시 아파트 단지를 나체로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다른 주민을 주먹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30년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예기치 못하게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묻지 마 범죄'에 대해 엄한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박 씨가 조현병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29일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아파트 주민 백모(37) 씨가 담배를 피우러 나온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 씨를 일본도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백 씨는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범행했다'는 발언 등을 한 것으로 미뤄 정신병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8월 20일에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흡연장에서 주민 최성우(28)가 우연히 마주친 70대 이웃 주민의 얼굴과 머리 등을 수십차례 때리고 조경석에 머리를 내리찍는 등 피해자의 급소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일이 있었다. 최성우는 피해자가 자신과 어머니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미뤄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 사건이 '정신병', '이웃 주민 묻지마 살인' 등 공통점을 갖고 있음에도 신상공개 처분 결과는 서로 다른 상황이다. 최성우는 신상공개 결정이 나서 그의 나이, 얼굴, 이름이 모두 공개됐지만, '일본도 살인' 백 씨와, '지팡이 살인' 박 씨는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신상공개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