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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건축의 세 가지 요소는 빛·공간·소재”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
장 미셸 빌모트 인터뷰
루브르박물관·인천국제공항 등 설계
25년간 이어진 한국과의 깊은 인연
내년 여의도에 퐁피두센터 분관 개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만들 것”
2025년 10월 개관을 앞둔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

“빛과 소재, 공간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정의하는 세 가지 요소입니다. 특히, 빛은 공간과 가치, 개방성 등을 표현해주는 핵심 요소이죠.”

세계적인 건축가인 장 미셸 빌모트(Jean Michel Wilmotte)의 건축 철학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그가 미니멀리즘을 추구할 때 고려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빛, 소재, 공간. 그 중에서도 빛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해가 뜨는 곳에 방과 화장실을 설치하면 빛이 벽으로 바짝 붙어 소재의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국내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빌모트는 오는 10월 8일 서울 반도 세빛섬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에 연사로 참석,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그의 건축철학을 소개한다.

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세계적이다. 파리 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된 그랑팔레 에페메르를 비롯해 파리 엘리제궁 개축, 루브르박물관 실내 장식을 담당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본사 사옥, 러시아 정교회 성당, 레바논 쌍둥이 빌딩 등도 설계했다.

빌모트는 1948년 프랑스 수아송 출생으로 파리 카몽도 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1975년 파리에 빌모트&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고 현재 31개 국적의 270명 팀원을 보유한 건축회사로 성장시켰다. 현재 서울·밀라노·런던·베니스·니스에 지사를 두고 있다.

그는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개성 강한 구성원들을 조화시켜 각자 계획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주요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다”며 “젊은 한국 건축들과도 많은 작업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루브르박물관 실내 장식을 꼽았다. 빌모트는 “루브르 프로젝트가 그동안 수행한 작업 중 가장 흥미로웠다”며 “15세기와 18세기 이집트 예술작품 수천 개가 전시돼있는 마술 같은 공간을 간소화·단순화해 재탄생 시키는 작업은 도전적으로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축가는 열정이 필요한 힘든 직업으로, 호기심이 많아야 할 뿐 아니라 개방성, 적극성, 겸손함과 인내심까지 갖춰야 한다”며 “이러한 자질을 갖춰도 보람을 얻을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가로 활동한 지 수십 년이 지났고, 과거에 비해 소재 사용에 대한 폭넓은 지식, 혁신적인 조명 활용, 세부적인 요소의 간소화 등을 발전시켰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0년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했을 뿐 아니라 2006년에는 2년 간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초대 학장을 맡으며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는 “25년간 한국이 겪어온 수많은 변화들을 목격했으며 일에 대한 한국인들의 효율성·조직력 그리고 개방적 사고를 눈 여겨봤다”며 “개성 강한 동네들로 이루어진 젊고,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도시 서울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가 한국에서 설계한 건축물들은 현대미술과 맞닿아 있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서울옥션 강남센터 등 한국 현대미술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공간들을 도맡아 왔다.

그는 “저의 친우인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을 위해 갤러리 공간을 꾸미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후 서울옥션 강남센터도 설계했다”며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현대미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올 들어 가장 주목받는 건 2025년 10월 개관을 앞둔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이다.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의 테이트모던과 함께 세계 3대 현대미술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퐁피두센터가 한국에 분관을 설치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지하부터 지상 4층까지 1000여평의 공간을 확보해 미술관을 건립한다. 설계 작업은 빌모트가 맡았다.

그는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설계 경험을 살려 퐁피두센터 서울을 설계할 계획이다. 전시 공간과 함께 다양한 부대시설을 마련해 국내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빌모트는 “퐁피두센터 서울 프로젝트는 앞서 25년 간 지속해온 한국 교류의 연장선”이라며 “한국에 대한 열정을 구체화 시켜주는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이어 “퐁피두센터 서울이 63빌딩에 개관하게 되면 서울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63빌딩은 금빛 유리로 만들어진 특유의 외관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퐁피두센터 서울이 생기면서 인근 상권도 발전하고, 갤러리 등 예술 분야 공간도 늘어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한국의 주거 공간 설계 역시 큰 관심을 내비쳤다. 실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브라이튼 N40’의 건축과 조경 디자인도 맡은 바 있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고 한국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외관을 설계했다.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설계도 담당한다. 그는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여러 주거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박로명 기자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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