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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도권 쥔 尹, 기시다 만난다…‘과거사 호응조치’ 등 ‘日선물보따리’ 풀까 [다시 뛰는 한일셔틀외교]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12년 만에 복원되는 한일 정상 셔틀외교의 최대 관심사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가져올 ‘선물보따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거센 국내 반발 여론에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매듭 짓고 ‘한일 관계 개선’에 물꼬를 튼 만큼 일본 측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아프리카와 싱가포르를 순방 중인 기시다 총리는 오는 7∼8일 한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외교’ 복원은 지난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방한 후 12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의 취임 후 첫 방한이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네 번째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두고 이번 한일 회담의 주도권을 윤 대통령이 쥘 것으로 내다봤다. 애초 6월로 점쳐졌던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예상보다 앞당겨진 데에는 지난 26일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일본 측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가 결정된 지난달 초부터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관련 ‘결단’과 한일 관계 개선 행보가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고, 미국 측은 국빈 방미기간에 수차례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결단에 감사를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역시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바라는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기시다 총리의 방한시기를 앞당겼다는 관측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사실 (3월 한일 회담 이후만 하더라도) 기시다가 (한국에) 올지, 안 올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기시다가 오는 것 자체는 플러스 요인이고, 어쨌든 미국의 강요 때문이라도 (한국이) 먼저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소인수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간 대북 대응 정보 공유 확대 등 안보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만큼 한미일 3각 공조 역시 한 차원 진전될 것이란 기대다.

또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지위를 복원하며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모두 해제한 만큼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경제 협력방안 역시 논의될 전망이다.

최대 관건은 ‘과거사’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한국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하자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3월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밝히는 데에 그쳤다. 이후에도 대통령실과 한국 정부가 일본 측의 ‘상응하는 조치’를 수차례 언급했지만 지금까지 일본 측의 호응 조치는 없는 상태다.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회견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가 방한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직접 ‘사과’나 ‘반성’을 언급할지는 지금까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전향적 조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만큼 일본 측 입장이 크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강제징용 외에도 독도영유권 분쟁, 역사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 문제가 산적한 데다 일본 정부가 오는 6월 방류를 예고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YTN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일본이 해야 된다”면서도 “과거의 일도 있지만 현재, 미래의 일도 있으니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단순히 지난번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처럼)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 강제징용뿐만 아니라 독도, 위안부 등 과거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우리 국민정서상 납득할 수 있는 (기시다의) 발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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