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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물 속 지뢰’ 맨홀 조심하세요”…잠금장치도 무용지물
성인 남매 하수구에 빠져 실종…동생 사망
시간당 50㎜ 비에 1분도 안 돼 뚜껑 열려
전문가들 "맨홀 주변 위험성, 평상시에도 인식해야"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집중호우가 내려 일부 지역이 침수된 지난 8일 밤, 도심 속 맨홀 뚜껑이 맥없이 터져나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실험 결과 폭우가 지속되자 1분도 안 돼 40kg의 맨홀 뚜껑이 튀어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서초동에서는 성인 남매가 하수구에 빠져 실종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동생인 40대 남성은 숨진 채 발견됐고, 50대 친누나는 아직도 실종 상태다.

지난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침수가 잦은 강남역 하수도관을 본떠 모의실험을 한 결과, 시간당 50㎜의 폭우가 지속되자 채 1분도 안 돼 40㎏의 맨홀 뚜껑이 튀어나왔다. 지난 8일 강남 지역에서처럼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가 퍼부은 경우는 맨홀 뚜껑이 채 30초도 수압을 견디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뚜껑보다도 더 위험한 것은 물이 가득 찼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맨홀 구멍이다.

현재 서울시 관내 상·하수도 등이 지나는 맨홀은 총 62만4318개다. 이 가운데 일부 맨홀에는 열림 사고를 막기 위한 뚜껑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이번과 같은 기록적 폭우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0일 "서초구에서 사고가 난 맨홀도 뚜껑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수압이 워낙 세 소용이 없었다"며 "기술적인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잠금장치가 있는 맨홀도 여닫는 주체가 다양하기에 여러 번 여닫다 보면 닳을 수밖에 없다"면서 "잠금장치만 너무 세게 만들면 오히려 뚜껑이 깨져서 쪼개지는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의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맨홀 뚜껑 아래에 안전장치로 그물망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으나, 평상시 도심 맨홀에는 그물망이 따로 설치돼있지 않다. 오히려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빗물 배수를 원활하게 해 맨홀이 받는 수압을 낮추는 것이 근본 대책이지만,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상황에서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맨홀이 보통 도로 쪽에 있으니 폭우가 오면 맨홀이 적은 건물 벽 쪽으로 붙어 움직여야 한다"면서 "맨홀 뚜껑이 역류하는 경우 물이 솟구치는 등의 징후가 있으므로 그것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빗물이 잘 통과하도록 맨홀 뚜껑에 구멍을 많이 만들거나 하수관로에 사람이 잠시 머물만한 공간을 만드는 등의 방안도 생각해봐야겠지만 한계가 있다"며 "평상시에도 맨홀 주변으로 다니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는 점을 시민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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