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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워장 모기떼...씻을수 없어”
고대 청소노동자들의 하소연
법학관 구관은 곰팡이 냄새 가득
에어컨은 9시부터...찜통속 청소
1교시전 끝내려 새벽4시반 시작도
온수 안나와 겨울엔 전기포트 사용
고려대 서울캠퍼스 법학관 구관 지하에 위치한 세면 시설. 김영철 기자

“모기가 들끓는데 (샤워실을) 어떻게 이용합니까. 그나마 사정이 나은 다른 건물에서 씻어도 원래 근무지로 돌아가면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 헛수고예요.”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13년 동안 청소 노동자로 근무한 박찬순(66·여) 씨는 최근 자신과 동료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씨가 담당하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법학관 신관 지하 주차장 안쪽에는 이 건물 청소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샤워 시설이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발길이 끊겼다고 했다.

해당 건물 샤워 부스 바로 옆에는 ‘위험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은 문이 있었다. 펌프장으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이를 보며 박씨는 “씻고 싶어도 씻는 도중에 모기가 계속 몸을 뜯는데 어떻게 씻을 수 있겠냐”며 “왜 (학교 측이) ‘위험 출입금지’라고 표시된 곳 바로 옆에 샤워실을 만들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고려대를 비롯한 13개 대학사업장 청소, 경비 사업자들이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고려대분회는 지난 6일부터 학교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는 상태다. 이들은 현재 청소 노동자들이 받는 시급 9390원에서 400원가량 오른 9790원으로 인상하고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샤워실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일 헤럴드경제가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의 근무지를 직접 찾아간 결과 건물 세면시설은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모기떼가 들끓는 법학관 신관은 물론 샤워 부스는커녕 수돗가만 있는 건물도 있었다.

고려대 법학관 신관 바로 옆 위치한 법학관 구관은 사정이 더욱 열악했다. 건물 지하에 들어서자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차장 안쪽에 위치한 휴게실 바닥 곳곳에는 젖은 종이박스가 널브러져 있다.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한 이곳 미화원들이 설치한 ‘임시방편’이었다.

건물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세면 시설까지 가는 복도에는 곰팡이 냄새를 빼기 위해 10여 대의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 건물 청소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세면 시설에는 샤워부스 대신 수도꼭지, 세숫대야 4개, 바가지 1개가 전부였다. 이 건물에서 미화원 일을 시작했다는 이창미(67·여) 씨는 수도꼭지 주변에 있는 전기 포트 2개를 가리키며 “온수가 나오지 않아 겨울에는 포트에 물을 받아 데운 뒤 씻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은 촉박한 근무 시간과 열악한 세면 시설로 인해 폭염에도 씻지도 못한 채 매일 작업을 이어간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정식 근무 시작 시간은 오전 6시. 그러나 청소 노동자들은 “첫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 전까지 청소를 끝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다수가 오전 6시 전에 출근하고 있다. 오전 4시30분부터 출근하는 노동자도 있다고 한다. 학교 측에서는 첫 수업인 오전 9시부터 건물 에어컨을 가동하기에 청소 노동자들은 찜통 속에서 청소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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