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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문 영웅’ 尹-‘킹메이커’ 金-‘2030’ 李…‘황금동맹’은 왜 깨졌나
윤석열 선대위 해체, 김종인과 결별
이준석과의 적극공조도 사실상 붕괴
‘반문 기수’로 떠올랐던 尹
여의도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金
2030 젊은 보수의 상징 李
보수 내 신구 주류간 경쟁
균형과 협력 이끌어내지 못한 尹리더십의 실패
후보자질 논란, 2030 지지 회복, 통일된 전략 등 과제 산적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준석 대표(오른쪽부터)와 윤석열 대선 후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정권교체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여겨졌던 윤석열-김종인-이준석의 ‘황금 삼각 동맹’이 깨졌다. 출범 때부터 갈등과 내홍으로 점철됐던 선거대책위원회의 쇄신을 두고 이틀간 숙고를 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존 조직의 해체와 개편을 전격 선언했다.

▶윤석열, 김종인-이준석의 두 날개를 잃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직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윤 후보는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사실상 이번 대선에서 양자간 협력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와 함께 윤 후보는 이번 대선에 이준석 당대표의 역할에 대해 “선거운동이라는 것이 중앙선거대책본부에 꼭 직책이 꼭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선거운동조직을 기존의 위원회(선대위)에서 본부체계(선대본)로 바꾼다고 했다. 형식적으로는 후보 휘하 수평적인 관계의 다양한 위원회에 명망가들과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방대한 조직이 아니라 실무 중심, 단일 지휘계통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선대본부장은 4선의 권영세 의원이 맡기로 했다.

윤 후보의 말은, 개편된 선대본에는 이 대표를 위한 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내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 대표의 사퇴론에 대해서도 “내 소관 밖의 일”이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당직 사퇴 여부는 이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나 선대본에선 공식적인 직함을 갖기 어려우며, 다만 바깥에서 윤 후보나 선대본을 공격·비판하는 일은 그만둬달라는 의중을 담은 말로 보인다.

이로써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뿐 아니라 이 대표와의 대선 공조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내홍과 갈등에 대해 “오롯이 내 책임”이라고 한만큼 2개월여 남은 대선도 ‘1인 리더십’으로 주파해간다는 의지를 이날 기자회견과 선대위 해체론에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권교체 황금조합으로 평가받던 尹-金-李의 ‘삼각동맹’

정치권에선 당초 윤 후보-김 전 위원장-이 대표의 삼각공조체제를 두고 패배를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위력의 조합으로 평가했다.

이들의 뒤는 한때 60%를 넘겼던 정권교체 여론이 떠받치고 있었다. 윤 후보는 ‘반(反)문재인’의 기수이자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층을 아우를 마땅한 지도자를 찾지 못했던 야권에선 구세주이자 영웅을 맞은 듯한 환호를 윤 후보에 보냈다. 중도와 진보성향 지지층 일부까지 들썩였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청부사’ ‘영원한 비상대책위원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의도의 손꼽히는 책사였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기여한 노장이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함께 현재의 여의도정치에선 가장 고수의 전략가로 평가된다. ‘킹메이커’라는 별칭을 가진 김 전 위원장은, 여의도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검찰총장출신 후보, 다듬지지 않은 원석의 정치인을 최고의 권좌로 안내할 최고의 ‘가이드’로 보였다.

이준석 대표는 노쇠한 보수진영에 젊은 숨결을 불어넣은 차세대 지도자였다. 능력주의나 반(反)여성주의 등의 논쟁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 2030세대의 지지 뿐 아니라 진보진영의 호의적인 평가까지 얻은 젊고 합리적인 보수 정치인이었다.

정권교체 지지층에겐 윤 후보가 앞에 서고 김 전 위원장이 지휘하며 이 대표가 젊은 바람으로 밀어가는, 보기 좋은 그림이 그려졌을만 하다.

그러나 세 사람은 내상과 후유증만을 남긴 채 한달여의 짧고도 길었던 로맨스를 끝냈다.

▶구(舊)주류와 신(新)보수간 주도권투쟁…균형 못잡은 尹 리더십의 험난한 앞날

여러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윤 후보와 ‘윤핵관’(윤석열측 핵심 관계자)로 불리는 윤 후보 측근 정치인을 한편으로 하고 김 전위원장과 이 대표를 또 한편으로 하는 두 세력간 불신이 컸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오는 6월의 지방선거와 2년 뒤인 2024년 총선의 공천권 등을 둘러싼 당내 주도권 투쟁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윤 후보를 중심으로 집결한 당의 주류 세력과 김 전 위원장의 지원을 받는, 이 대표로 상징되는 새로운 보수세력간의 헤게모니 투쟁이 세 사람간 동맹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각 세력간의 갈등과 경쟁을 당력으로 모아내지 못한 윤 후보의 리더십도 국민의힘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선출과 선대위 출범 이후 한두달간의 경쟁에선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윤 후보의 단점이 두드러지게 부각됐고, 윤 후보와 당 주요 인사간 메시지 혼란도 극대화됐다. 당이 단일대오로 나아가지 못하니 윤 후보 처가의 각종 의혹 방어에도 심각한 전략 부재와 대응력 부족을 드러냈다. 이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정권교체 여론의 위축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는“국민들의 회초리와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반성과 함께 “국민이 기대하는 윤석열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새출발의 의지를 다졌다. 특히 “2030세대에게 실망주었던 행보를 깊이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여의도 최고의 책사’와 ‘2030 세대의 상징적 정치인’, 두 날개를 잃고 홀로 날아야 하는 남은 대선 가도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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