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강력한 완주 의사를 표명하면서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보수야권의 후보 단일화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윤 후보가 잇딴 본인 논란 발언과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 당의 내분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또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아들의 불법도박 등으로 온전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안 후보의 ‘몸값’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는 대체적으로 윤·이 두 후보의 동반하락세와 안 후보의 상승세를 보여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의뢰, 24~25일)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7.3%의 지지를 얻었다. 전주 대비 2.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이 후보(37.6%)와 윤 후보(35.8%)는 전주보다 각각 2.7%포인트, 1.6%포인트 하락했다.

입소스(한국경제 의뢰, 23~24일) 조사 결과에서도 안 후보는 8.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같업체의 지난 6~7일 조사보다 1%포인트 오른 것이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지지율만큼 안 후보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여야 모두 ‘러브콜’을 보내며 연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단일화 후 안 후보가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해 윤 후보와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종로 출마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날 국민의힘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향후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2012년, 2017년 대선에서 안 후보를 도운 경험이 있고, 안 후보의 ‘정치적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여권 또한 마찬가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틀 연속 안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 26일 송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는 이 후보와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5% 지지율로, 그 정도의 어젠다만 제시하고 사그라들기에는 아까운 분이다. 같이 연합해서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키울 수 있다면 의미가 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안 후보는 송 대표의 발언을 ‘판 흔들기용 발언’으로 규정하고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송 대표는 전날에도 “안철수 어젠다를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며 재차 단일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정작 당사자인 안 후보가 단일화에는 명확히 선을 긋고 있는만큼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후보의 종로 출마설은 국민의힘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안 후보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일축했다. 신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