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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혜야, 이제 안 아파?” 세상 떠난 아내를 가상으로 만났다

올 초 방영된 MBC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지혜야, 어디야? 이제 안 아파? 남편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아내에게 묻는다. 아내가 “오빠 살 빠졌네, 잠은 잘 자?”라고 되묻자 허공에 손을 저으며 울음을 참지 못한다. 가상세계에서 4년 전 떠난 아내를 만난 남편은 “우리 참 괜찮은 부부였지? 고마웠어”라는 말로 진심을 전한다. (MBC 가상현실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 中)

#.“엄마, 아빠 내가 죄를 많이 지은 거 같아. 불효를 용서 하세요” 머리에 가상현실(VR)기기를 쓴 아흔 살 노인의 목소리가 떨린다. 부모님 산소를 향해 절을 올린 그는 “엄마, 아버지. 내가 여기 와서 그래도 장가 잘 들고 손주들, 아들을 훌륭하게 자라고 있어요. 그거로 보답 할게요”라며 용서를 구한다. 그가 실향민이 된 지 70년 만. 할아버지는 “너무나 기분이 행복하다”며 소회를 밝혔다. (KTV 국민방송 ‘실향민 프로젝트’ 中)

가상현실(VR)이 심리치료에 이용되는 이른바 ‘선한 기술력’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인을 되살려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주기도 한다. 기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우울증 등에 활용되고 있는 VR의 활용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잊힐 권리’를 이유로 VR로 고인을 되살리기에 앞서 윤리적 고민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향민 전영철 할아버지가 VR로 부모님 산소를 마주하자 절을 올리는 모습[KTV 유튜브 캡처]
딸 나연이를 떠나보낸 엄마 장지성씨가 가상현실에서 딸을 만나는 모습.[유튜브 캡처]

지난해 방영된 가상현실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고인에게 못 다한 말을 전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희귀 난치병으로 딸 나연이를 떠나보낸 엄마 장지성씨가 가상현실에서 딸을 만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유족들에게 위안을 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시상식에서 TV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죽음 또는 그에 준하는 위협, 신체적 상해 등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진다.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는 일을 겪은 유족들도 PTSD를 호소하기도 한다.

VR 기반 치료는 공포증과 PTSD를 치료하는 데 성공적인 도구로 알려졌다. 실제 VR을 통한 심리치료 효과도 증명되고 있다. 앞서 가상현실 치료를 받은 사회불안장애 환자의 전반적인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의 정도가 매우 심해 상황을 회피하거나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불안장애의 한 종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트라우마를 재정립하는 데 가상현실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지속 나타나고 있다”며 “상실 경험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로 남는 만큼 만큼 애도반응에 상당한 효과를 줄 것”이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리적 문제를 이유로 오용될 우려를 제기한다. '잊힐 권리'에 대한 고민 없이 VR로 고인의 초상권을 복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잊힐 권리는 2014년 사망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유서에 자신의 생전 모습을 2039년까지 어떤 영역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기술을 동원해 고인을 되살리는 행위는 자칫 추모와 치유를 넘어 상업성으로 변질될 우려를 지닌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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