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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희의 현장에서] 가덕도 신공항과 먹고사니즘

“만날천날 즈그끼리 싸우다가 또 입 싹 닦겄지 뭐. 한두 번이가 어데” “가덕도예? 모르겠는데예. 먹고살기 바빠가…”.

가덕도 신공항과 한·일 해저터널이 부산시장 보궐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정작 바닥민심에서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대체로 “되면 좋기야 할 것”이라면서도 기저에는 “20년 가까이 속고도 또 속냐”는 불신이 깔려 있다.

의외로 “관심없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야가 벌이는 ‘정치판 놀음’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선거만 앞두면 개발·건설 공약이 쏟아진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할 것 없다. 그중에서도 부산의 단골손님은 ‘가덕도 신공항’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대두된 지난 2003년 이후 부산은 선거철마다 몸살을 앓았다. 번번이 필요성과 경제성, 안전성 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꼬리처럼 뒤따른다.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타 지역과의 신경전은 시간이 갈수록 첨예하다. 정치권의 헛된 희망고문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하는 실망도 도돌이표다.

올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한 카드로 가덕도 신공항을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도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결국 ‘적극 지지’를 외쳤다.

심지어 한술 더 떠 ‘한일 해저터널’까지 등장했다. “친일 이적행위다” “경제성을 봐야 한다” 등 여야 간 공방이 한층 달아올랐다.

지난 1~2일 기자가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말했다. “가덕도고 해저터널이고 모르겠고, 당장 지역경제부터 살려달라”고.

여야 모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외치지만 18년째 ‘뒤통수’를 맞은 부산시민은 올해도 반신반의다. 그럴 바에야 일자리 창출, 부동산시장 안정화, 지역경기 부양이 당장 시급하다는 호소다.

기자는 부산에서 20여년을 살았다. 오랜만에 둘러본 서면 인근 곳곳에는 ‘점포정리’ ‘임대문의’가 붙은 가게들이 즐비했다. 젊음의 거리, 지하상가 할 것 없다. 싸늘한 날씨 탓인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사계절 가리지 않고 평일 오후에도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부산 시내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서면마저 이런데 다른 곳은 오죽하겠나 싶었다.

결국 정치는 ‘먹고사니즘(먹고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신공항 얘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신공항 건설을 통한 ‘국제 물류도시’ 비전 역시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방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가덕도가 ‘전가의 보도’가 돼 어려운 부산 경제를 살릴 모든 논의의 ‘블랙홀’이 돼서는 곤란하다.

서면 롯데백화점 지하 입구 근처에는 ‘우리는 원한다!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 밑을 지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무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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