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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이슬람 보호자 자처하는 '21세기 술탄' 에르도안
해외 공관·구호기관 등 동원해 이슬람 공포증 근절 활동 강화
무하마드 알리·말콤 X…美 흑인 사회까지 손 뻗치는 에르도안
인도주의 vs 독재자편…극과극 평가에도 에르도안 인기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그동안 ‘민족주의자’로서 터키 민족의 보호자임을 자처하며 국내 정치 기반을 다져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시선이 더 넓은 곳을 향하고 있다.

이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을 터키 민족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슬람 교도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활동을 비롯해 소수 인종 등 약자들의 보호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슬람 공포증’ 해결사 자처하는 터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시넴 아다르 연구원은 “터키가 모든 이슬람교도의 주요 후원자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 정부가 전통적으로 프랑스·벨기에·독일 등 유럽 국가 등에 퍼져있는 터키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편견이나 학대를 근절하는 활동을 최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에르도안 정부가 해외 공관과 구호기관, 로비 단체, 친정부 성향 학자들을 동원해 무슬림 인식 개선 활동을 적극 수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스탄불 성 소피아(아야 소피아) 금요 예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실제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 이슬라모포비아)’은 서방 세계에서도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동에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외교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목표로 무슬림 인식 개선 활동을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밈 악고눌 스트라스부르대 교수는 “터키는 서방 세계에서 ‘이슬람 공포증’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터키의 각종 행동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금지하고 회피하는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美 흑인 사회까지 손 뻗치는 에르도안

눈에 띄는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정책이 미국 내 이슬람 교도는 물론, 구조적 인종차별 문제로 고통받는 흑인에게까지 구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딸이 이사로 있는 한 이슬람 단체는 미국 수도 워싱턴DC 근교에 이슬람 센터를 개원했고, 전설적인 복서로 흑인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운동을 펼쳤던 무하마드 알리의 시카고 땅을 300만달러에 구매해 이슬람교도를 위한 여름학교로 만들 계획이다.

에르도안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말콤 엑스(X)’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8년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말콤 엑스(X)’의 딸들과 만나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에서 세번째)터키 대통령의 모습. [게티이미지]

지난 2018년 에르도안 대통령은 말콤 X의 딸들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말콤 X의 한 딸은 “터키의 강자(에르도안)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을 구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만남 직후 터키는 수도 앙카라에 새로 들어선 미국 대사관 인근 거리를 ‘말콤 X 애비뉴(거리)’로 개칭하기도 했다.

다만, 에르도안의 이 같은 행보가 미국 내 흑인 단체들로부터 항상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윗에 “부당한 질서의 가장 고통스러운 표현 중 하나”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미국 흑인 단체는 욕설을 섞어 “자신의 일에나 신경쓰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터키 정부가 수천명의 사람들을 테러 혐의로 무자비하게 체포하는 일이나 쿠르드인들에 대한 탄압 등을 중단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외침이 더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극과극 평가에도 에르도안 인기 ↑

전 세계 무슬림과 소수 인종 등 약자에 대한 보호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갈리고 있다. 인도주의적 처사와 동시에 전 세계에 퍼져있는 독재자들의 편에 서는 양면적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빈곤에 허덕이는 소말리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등 원조 지출을 늘리고, 인도의 카슈미르 포위 공격에 반대하며,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였다.

그러나 동시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지지하고, 대량 학살을 벌인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전 대통령 정권의 편에 서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터키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P]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요르단 국민 75%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응답했고,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파키스탄 선거에 나서도 안정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악고눌 교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의 젊은 아랍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이슬람 정치인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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