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구멍 뚫린 복지망에 일가족 자살…압류·카드연체돼도 “제도권이라서”
신용카드 연체 정보 날라왔지만 ‘1300만원’ 차량 3대 탓에 위험가정 제외
6년전 차상위 진입 노렸렸지만, 소득탓 실패…빚 독촉에 극단적 선택한듯
경찰 이미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인천계양구 임대아파트 일가족 사망, 성북구 다가구 주택 일가족 사망. 경기도 양주 일가족 사망, 제주 일가족 사망….’

최근 3개월 동안 발생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일가족 사망 사건들이다. 대부분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가족들이다. 특히 성탄 전날인 지난 24일에는 대구 북구에서 40대 초반의 부부와 14살 중학생 아들, 11살 초등학생 딸 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역시 생활고로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자식을 죽이고 부모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거를 수 있는 ‘복지그물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대구 가정의 경우 지인으로부터 1억원이 넘는 빚을 진 뒤 이를 못갚아 압류 딱지까지 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 어디도 이들의 이같은 위기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2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구에서 사망한 40대 A 씨의 경우 1억원 중반대의 빚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두 달전에 부인도 직장에서 그만두고, 본인 일도 잘 안됐던 것 같다. 이들은 두달 동안 수입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사인간 빌린 돈이라 정부의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며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찰당국은 A 씨가 10년전 사업이 부도가 난뒤, 형편이 어려워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지역 주민지원센터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들은 상담 등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사각 대상자가 아니다. 정부는 이들 가족에 대한 재산, 소득 등에 조사를 지난 3월 진행했다. 정부는 차량이 3대(총가액 1300만원), 270여만원 등으로 총 1500만원이 소득이 있는 것으로 결론냈다. 차량 3대가 소득으로 잡힌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이들 자녀가 받은 방과후 수업료 지원도 끊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의 기본 취지는 가지고 있는 재산이 없을 경우 이에 대한 지원을 하자는 것”이라며 “지난 3월 확인을 했을때 지원이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제도권 안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차량 가격이 이들 소득에 포함되면서 위험가정 발굴을 위한 스크리닝 시스템도 사실상 무의미 해졌다. 전기료가 전월말 기준 3개월 이상 체납되거나 한국신용정보원의 기록상 과거 2년동안 100만만~1000만원 이상 연체금액이 있으면 관련 정보는 보건복지부를 통해 해당지역 주민센터로 넘어간다. 위험가정으로 판단되면, 주민센터에서 이른바 ‘찾아가는 서비스’가 진행이 된다. 해당 가정의 경우 전기료 연체금액은 없지만 신용카드 등의 원리금 연체금액 700만원이 있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에 통보됐다. 하지만 소득금액이 1500만원으로 잡혀있어 위험가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주민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전기료 연체 기록 등을 넘겨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문제는 지난 3월 이후 이 가정에 소득이 없고 1억원이 넘는 빚으로 집에 압류통지가 날라온 사실을 누구도 몰랐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빚 때문에 사람이 찾아오는 등 한동안 힘든시기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관련 내용이 공유돼 서민금융지원센터 등과의 연계가 가능한 개인회생단계와는 달리, 압류 단계에서 이들의 위기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지난 2013년 차상위 본인부담경감 신청을 했지만, 소득 등을 이유로 거절 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차상위본인부담경감 제도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병원비 등에 대한 혜택을 받는 제도다.10년전 부도가 나서 생계가 어려워진 후 위험 신호가 수차례 있었지만 이를 발견해 내지 못해 결국 일가족이 비극에 이른 셈이다.

coo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