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크리에이터 조두팔씨가 '악플읽기' 컨텐츠에서 자신에게 달린 악플을 읽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조두팔 갈무리]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니 애비 보는데 쪽팔리지도 않냐”, “원래 못 생겼던 게 오크 면상 화장빨과 화면빨 포샵으로 가리고 이쁜 척”, “신은 공평해. 머리는 주셨지만 얼굴은 버리셨네”

위 내용은 연예인 기사에 달린 댓글이 아니다. 일반인1인 유튜버에게 달린 악플들이다. 악플은 연예인을 넘어 일반인들을 향한다. 1인 유튜버, 블로거, 자영업자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14일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악플러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거세지고 있지만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특히 자신을 향한 ‘악플’을 접할 기회가 적은 일반인들은 ‘악플 민감도’가 높아 정신적 충격을 받기 쉽다. 후유증이 생겼다는 후문도 적지 않다.

▶부모 욕, 외모비하 수두룩…”내가 나쁜 짓을 한 걸까”= 약 2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뷰티 크리에이터 조두팔(19)씨 에게 외모 비하 악플은 일상이다. ‘너 본판이 돼야 화장을 진하게 하지 XX’ 등 직접적으로 비속어를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댓글을 볼 때 덤덤하게 참기란 쉽지 않다. 가장 무서운 것은 댓글에 맞춰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조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댓글이 달리는 것 자체가 신기했지만 계속되다 보니 ‘나한테 왜 이러지?’,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화를 내지?’, ‘이렇게까지 욕을 써야할 정도로 내가 나쁜 짓을 한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가장 악질적 댓글은 부모를 욕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네 애비가 좋아하겠냐’는 댓글을 본 순간 부모님이 이 글을 볼까봐 겁이 덜컥 났다. 조 씨는 “1인방송은 그저 많은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며 혼자가 아닌 느낌을 받는 것이 행복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심한 댓글을 보면 내가 이렇게 해야하나 싶을 때도 많다”고 전했다.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문세영 씨가 '악플 읽기' 컨텐츠를 통해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들을 읽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새니 SENICHANNEL 갈무리]

약 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문세영(21) 씨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노출 없는 옷 입고 강남 클럽 5곳 가보기’란 컨텐츠를 게시한 후 “얼굴 길다”, “말상이다” 등 수많은 외모비하, 성희롱 댓글이 달렸다.

문 씨는 “당시 유튜브 댓글 알림이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핸드폰을 보기 두려울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악플은 문 씨의 마음 상태를 흔들어놨다. 그는 악플을 보며 끊임없이 악플이 달릴 만한 자신의 단점을 떠올리고 들춰냈다. 문 씨는 “모든 사람이 나를 안 좋게 볼 것 같고 지나가는 사람이 저를 보고 욕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학교에 가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악플 달릴까 전전긍긍…자영업자 하소연=자영업자들에게 악플은 폐업을 고려하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다. 자업업자들은 최근 배달 어플이 늘어나면서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을 표하는 것을 넘어 인신공격을 하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랑구에서 돈가스 가게를 8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상환(39) 씨는 2년 전 배달 주문 어플리케이션과 제휴해 배달앱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배달앱 사용 후 악플을 처음 접하게 된 그는 “처음엔 어쩔 줄을 몰랐다. 사실이 전혀 아닌 악의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며 “악플을 보고 나면 잊어버리는데 까지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리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리 사망사건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느껴졌다. “이번에 설리 사건을 보고 나도 그런 걸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은데 이 사람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많이 괴로웠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떡볶이 가게를 하고있는 유모(43) 씨 역시 “사실 맛없다는 세글자만 봐도 마음이 아픈데 블로그에서 사장님이 냄새나게 생겼다, 성형괴물 같다 등 다른 걸로 공격하는 날에는 며칠 동안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외상후 후유증과 같은 악플 상처= 악플의 후유증이 일상생활을 포기하게 할 정도로 오래 가는 경우도 있다. 악플로 인해 우울증과 대인기피를 겪고 있는 1인 유튜버 김세진(가명) 씨가 그렇다. 김 씨는 자신의 일상과 쇼핑 내용들을 공유하는 채널을 운영했지만 악플로 인해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한 네티즌이 김 씨의 학창시절과 관련해 사실무근인 이야기를 달았고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김 씨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는 유튜브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볼까봐 두려워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김 씨는 “사교적이고 말하는 것을 좋아해 유튜브를 했는데 악플공격을 당한 이후 성격도 바뀌게 됐다”면서 “누군가는 재미로 단 댓글이 타인의 인생을 망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플 후유증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이 모욕과 같은 커다란 충격을 받으면 부정-분노-타협-우울 단계로 감정이 변한다”며 “분노를 느낀 후 ‘내가 잘못한 건가’라고 생각 후 우울 단계까지 가면 사회적인 위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사소한 일에도 깜짝 놀라게 되고 평소에도 가던 장소를 피하고, 대인관계 기피나 대인공포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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