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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역사·문화·맛에 발그레~‘8말9초’ 가을바라기여행 떠나볼까
국립민속박물관·관광공사 추천 여행지

-부산, 영화촬영지 투어등 즐길거리 다양
-삼척 갈남·서울 민속박물관선 과거여행
-부안 위도 해안도로 풍광에 탄성 절로
-충주호 트레킹·수안보 온천욕 힐링포인트




‘가을 바람 맑고(秋風淸:추풍청), 가을 달 밝도다(秋月明:추월명), 못 잊어 그리는 정 언제나 만날까(相思相見知何日:상사상견지하일)’ (이백)

무더위 탓일까. 가을이 너무 그립다.

너무도 더웠기에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94년 만큼이나, 2016년 가을은 와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반전 매력’을 우리 국민에게 선사할 듯 하다.

당나라 이백이 가을의 치명적인 매력에 월하(月下) 선상 음주를 하다 호수로 뛰어든 심정을 공감하는 듯, 성급한 가을 나들이를 준비하는 도시인이 적지 않다.

23일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를 맞은 가운데, 벌초 등을 핑계 삼은 초가을 여행객들과 전략적으로 늦은 휴가를 받은 샐러리맨들은 고향의 민속과 천고인비(天高人肥)의 먹방에 빠질지, 철지난 바다의 정취를 느낄지, 아니면 이백 처럼 달빛 호수를 관조할 지, 저울질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관광공사(KTO) 및 지방관광공사(RTO)의 조언을 받아 ‘8말9초 무더위 한풀이 여행지’ 제안을 받아 보았다.



▶부산행=부산은 ‘영화의 도시’이다. 국제영화제 개최지이고 촬영지가 많으며, 부산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많다. 부산관광공사 등은 1100만명을 돌파한 영화 ’부산행‘을 활용, ‘좀비 헌팅 스탬프 투어’를 오는 9월말까지 진행한다.

관광객들이 부산 유명 영화 촬영지와 부산의 주요 여행 코스 3곳을 방문한 후 스탬프를 찍으면 선착순 1000여명에게 각종 선물 또는 10월1일 개막하는 K팝 세계 제전, ‘원아시아페스티벌’ 개막식 입장권을 준다.

‘해운대’, ‘깡철이’ 등 단골 영화촬영지인 이기대도시자연공원은 해안산책로로 연결돼 오륙도 스카이워크까지 다녀올 수 있다.‘변호인’ 촬영지 흰여울문화마을은 해안 절벽 가에 형성된 정겨운 마을 풍경과 남항대교가 보이는 바다 전망이 사람들 발걸음을 이끈다. ‘국제시장’에 가서 먹는 것 만으로도 여행자는 배우가 된다.

▶제주-강원 해녀 협업, 삼척 갈남 =강원도 삼척 갈남마을 어민들은 해녀와 머구리 잠수부 이야기, 갈남마을의 상징인 큰섬에 내려오는 전설, 마을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박물관을 만들었다.

갈남마을은 제주와 동해 해녀의 협업 전통이 이색적이다. 해산물 자원이 풍부하다는 소식을 들은 베테랑 제주해녀 70여명이 1960~1970년대 이곳에 원정을 와서 원주민들과 ‘숨비소리(숨을 참다가 조업후 수면위로 나오자마자 쇳소리 같은 날숨을 내쉬는 것)’ 호흡법을 공유하면서 물질했던 곳이다.

이 마을에 처음 발을 디딘 여양진씨 가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갈남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전날 없던 바위가 바다 위로 올라와서 이상히 여기고 살펴보니 바위 전체에 전복이 빼곡이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갯바위가 유난히 많아 풍광이 아름다울 뿐 만 아니라 미역, 우뭇가사리, 전복, 성게, 해삼 등이 많은 곳이다.

▶민속박물관 빌리지 =경복궁의 삼청동쪽 문으로 들어가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안팎이 민속ㆍ문화재ㆍ놀이 마을이다. 1993년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가 지금은 국립민속박물관이 된 건물을 왜 저렇게 지었는지 생각해본 국민은 많지 않다. 알고 보면 국내 유일의 목조 5층탑이 호위하는 충북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 부처의 몸을 상징하는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 국내 유일의 3층짜리 사찰인 전북 김제 금산사 미륵전의 특징을 모으고 현대 건축에 응용해서 재현해 놓은 것이다.

추석이 되면 민속박물관 앞마당에서는 양주산대가면놀이가 펼쳐진다. 지배층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안동, 강릉의 놀이보다 더욱 실랄하며 다채롭다. 상설전시실 2관에 자세한 시각 자료가 늘 전시돼 있다.

민속박물관 마당의 한옥 ‘오촌댁’은 가공식 한옥이 아닌 169년된 정통한옥이다. ‘오촌댁’은 경북 영덕군 영해면 원구리 영양남씨들이 모여사는 집성촌에 약 10년간 사람이 살지 않아 비워져 있던 집이었는데, 장손이 팔려니 불효인 것 같고, 복원하자니 돈이 없던 터에 민속박물관측이 보존, 이건했다.

▶율도국 그곳, 다시 붐비는 위도(蝟島) =고슴도치를 닮아 ‘고슴도치 위(蝟)’자를 쓰는 위도는 고운 모래와 울창한 숲, 기암괴석과 빼어난 해안 풍경, 굴, 조기, 김 등 수산자원이 풍부해, 허균이 ’홍길동전‘을 통해 꿈꾸던 이상향 율도국의 실제 모델로 그려지기도 했다.

천혜의 지역이기에 관광순환도로, 위도해수욕장과 여객선터미널 4곳, 방파제 3개 등을 놓아 관광객들이 이 아까운 곳을 손쉽고 안전하게 접근토록 하는 위도종합개발사업이 어언 20년이나 지났다.

위도로 향하는 부안 격포항은 보기드문 흰색 상사화가 피는 8월말 9월초엔 늘 붐빈다.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애달픈 꽃말을 지녔지만, 처연하고 아름답기에 사람이 더 찾는다. 악천후시 관광객 수송을 위한 헬기장도 마련한 위도의 해안도로에서 풍광을 즐기며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자전거 하이킹족들도 눈에 띈다. 논금과 미영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해변 절경과 12㎞ 등산로를 따라 굽어보는 서해 환상적인 풍광은 허균이 왜 위도를 율도국으로 정했는지 말해준다. 위도는 올해 행정자치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올해의 놀 섬’으로 선정됐다.

▶우륵 선율 속 충주호 레포츠 =신라 시대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탄금대는 2016년형 무더위를 잊고 가을 바람을 품에 안을 수 있기에 성급한 가을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창동리 마애여래상, 탑평리 칠층석탑이 있는 중앙탑사적공원, 철조여래좌상을 모신 백운암, 충주호를 끼고 걷는 아름다운 종댕이길까지 조용히 사색하기 좋다.

충주에 가면, 청명주의 풍류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의 테크노크라트 성호 이익이 실학 연구개발이 끝나면 쉬는 시간에 즐겨 마셨다고 한다. 찹쌀과 밀 누룩으로 만들며, 과일 향이 풍기는 깊은 곡주 향과 맑은 황금빛이 특징이다. 청명주의 명성때문에 충주엔 글로벌 술박물관 리쿼리움이 있다. 온나라 술이 다 모여있어 보다가 취한다. ‘왕의 온천’인 수안보에서의 입욕은 충주 힐링의 화룡점정이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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