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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훅INSIDE]부자는 덜 내고, 서민은 더 내고?전기료 누진제의 함정
[HOOC=서상범 기자]가정용 전기에 부과되는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을 보이다보니 더욱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이 누진제 때문에 가정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마치 자린고비가 굴비 쳐다보듯 에어컨을 사용하기가 두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누진제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부는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은 과장됐음은 물론, 소득분배 효과면에서도 효과가 크기에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지난 2013년에 이미 제기됐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당시 ‘전력가계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냈는데요. 보고서는 누진제를 통한 에너지 복지 실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유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불균형한 전기요금 단가때문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최저생계비 미만인 5인 이상 빈곤가구의 전기요금 단가는 165.7원/kWh입니다. 반면 최저생계비 5배 이상인 1인 고소득 가구는 111.1원/kWh의 요금을 내고 있죠.

특히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낮은 단가에 전기를 사용하는 1인 가구만 위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반론도 가능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저소득층에는 전기요금 감면제도가 있지 않느냐? 이를 적용하면 전기요금 부담은 덜하지 않느냐?라는 것인데요.

맞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은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등을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의 경우 최대 8000원인데요. 하지만 아는사람만 환급을 받을 수 있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33만 4000명이 감면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몰라서 지원을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저소득층일수록 전기 사용량이 높다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사진=헤럴드경제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5배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에 속하면서 1인 가구인 경우 전기사용량은 228kWh인 반면, 최저생계비 미만이면서 5인 이상 가구의 전기사용량은 368kWh로 상당히 높습니다.

단순히 인원수가 많아서도 있겠지만, 고소득층은 전기 효율이 높은 고성능 제품을 써서 절전 효과가 있지만, 저소득층은 효율이 낮은 제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저소득층을 위한 혜택도 실제하는지 의문입니다. 11일 한겨레는 지난 2013년 감사원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운영이 불합리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개선을 권고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당시 감사보고서는 누진제가 ‘저소득층에게 생활에 필요한 필수 전기를 값싸게 공급한다’는 애초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기사 바로가기=[단독] 감사원 “전기료 누진제 개편” 권고…산업부 4년째 묵살

당시 한전이 2008년 2~3월 1단계 요금을 적용받는 3025가구 중 2171가구를 조사한 결과, 기초수급자·장애인·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130가구(6.0%)에 불과했고,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단 18가구(0.8%)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어 보고서는 “1인가구가 2010년 기준으로 24%에 달해 100㎾h 이하 사용자의 대부분(94%)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1인가구”라며 “그럼에도 한전은 조사 이후에도 1단계 요금 적용 가구 기준을 보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한겨레는 전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이런 여론에 일단 한 발 물러선 모습입니다. 산업부는 이틀 전만 해도 전력 대란과 부자 감세 가능성을 들어 누진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는데요. 한시적인 누진제 완화를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땜질식 처방이 아닌, 납득할만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길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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