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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의 일상, 극과 극 ①] “난, 2호선 독서실로 매일 바캉스 간다”
-실속파 2030, 시원하고 쾌적한 지하철찾아 책읽기 즐겨

-주말에 붐벼 못가던 방탈출카페에 가서 여유로운 휴가

-냉방시설ㆍ저렴한 비용 때문에 ‘도심속 휴가객’ 급증세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취업준비생인 김수한(25) 씨는 요즘 매일 9시 ‘지하철 2호선’으로 출근한다. 대학교 도서관이 방학을 맞아 전력 수요를 절약한다며 냉방 시설을 잘 가동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철 전력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각 공공기관에서는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26℃ 이상(공공기관 28℃ 이상) 준수할 것을 지침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김 씨는 “요즘 같이 더운 날은 오전에도 푹푹 쪄서 공부가 잘안돼 학교 측에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학교는 실내 온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말만 하더라”고 했다. 여전히 더운 학교 대신 김 씨가 선택한 독서실이 바로 ‘지하철’이다. 김 씨는 지하철의 경우 냉방 시설이 잘 가동돼 시원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카페와 달리 비교적 조용해 영어 듣기 등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는 데 최적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특히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순환선이라 오랜 시간 타고 있어도 결국 집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며 ‘2호선 독서실’의 이용 후기를 전했다. 

바다ㆍ산과 같은 도심 밖으로 피서여행을 떠나는 대신 지하철과 카페와 같은 도심 속으로 피서를 떠나는 2030 인구가 늘고 있다. 비교적 잘 갖춰진 냉방시설과 저렴한 비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 직장인 천모(29) 씨는 8월 중순에 있을 휴가 기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서울 곳곳에 방탈출 카페가 생기면서 주말마다 방탈출 카페에 가는데 주말엔 예약이 많아 장르를 쉽게 고를 수 없어 매번 허탕치는 경우가 많았다. 방탈출 카페는 1시간 안에 논리력ㆍ추리력ㆍ상상력 등을 활용해 방 안에 설치된 문제들을 모두 풀고 방을 탈출하는 놀이 카페다. 매번 빨리 차는 예약으로 원하는 방을 고를 수 없었던 천 씨는 휴가 기간을 이용해 평일 내내 방탈출 카페를 즐길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집에서 책과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천 씨는 “괜히 많은 돈을 들여 힘들게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진짜 쉬는 게 휴가”라며 “회사 동료들에겐 가까운 국내여행을 간다고 얘기해뒀다”고 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가까운 도심 속 피서지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도심 식당가와 편의시설들이 텅텅 비는 평소 휴가철과는 달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휴가를 즐기는 문화가 일상화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일하는 지모(24) 씨도 “지난 주말, TV 뉴스에선 휴가철이라 도심이 한산하다고 말했지만 카페는 근래 들어 가장 바빴다”며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취준생들과 카페로 휴가온 직장인ㆍ어린이 등이 몰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찾아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바다ㆍ산과 같은 도심 밖으로 피서여행을 떠나는 대신 지하철과 카페와 같은 도심 속으로 피서를 떠나는 2030 인구가 늘고 있다. 비교적 잘 갖춰진 냉방시설과 저렴한 비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지하철과 카페로 피서를 떠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의 휴식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도심 속 피서는 더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무더위 속 여행을 떠나는 2030 인구는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자유여행 상품 구매자들의 연령층을 보면 2030세대가 대부분인데 기존에 휴가 성수기로 여겨졌던 7월과 8월에 여행을 가는 젊은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대신 비성수기때 여행을 떠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휴가객들이 붐비는 한 여름에는 오히려 도심에 머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이처럼 더위를 도심에서 해소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대신 실내장소로 몰리는 2030세대의 새로운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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