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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다반사] 수저론 반격하는 ‘금·은·흙 자식론’
[HOOC=이정아 기자] 최근 부모의 재산이나 직업에 따라 자녀의 계급을 나눈 ‘금·은·흙 수저론’에 대응해 ‘금·은·흙 자식론’이 등장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었습니다.

“부모 배경에 기준을 둔 수저론이 아니라 본인을 기준으로 금·은·흙 자식론을 말해야 한다”

게시물에 따르면 ‘금자식’은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식들입니다. 특히 이들은 부모에게 금전적 보탬을 주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글쓴이는 대표적인 인물로 축구선수 박지성,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배우 박신혜를 꼽았습니다.

‘수저론’ 대응해 등장한 ‘자식론’.

‘은자식’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명문대에 입학하거나 대기업에 합격한 자식 또는 창업에 성공해 금전적 여유가 생긴 자식입니다. 금자식 보다 사회적 명성은 다소 낮지만 학업과 취업에 있어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자식입니다.

마지막으로 ‘흙자식’은 사고만 치고 말썽만 부리는 학생이나 취업을 할 생각은 하지 않는 자식들입니다. PC방이나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청년 백수입니다.

금·은·흙 수저론에 이은 또 다른 서열 세우기 논란. 그런데 기자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줄 세우기 문화가 세대 간의 갈등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 더 우려스럽습니다.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니까요.

최근 젊은 세대에서 수저론이 회자되고 있는 건 본인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때 밀려오는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할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계층 간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느끼고 있다는 게 핵심이죠. 그런데 이런 마음을 (공감은 커녕) 이해도 못한 채 등장한 계급 나누기식 자식론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아닐까요.

한 사회가 역동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계층 상승의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학벌이나 집안, 배경 등 제3의 요인이 작용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취업하지 못한 자식을 원망하는 사회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스펙이나 가진 것 없는 부모들이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사회도 마찬가지고요.

해당 게시물의 댓글을 찬찬히 댓글을 훑어봤습니다. “취업 안되는 것도 서러운데 수저론보다 더 절망적이네” “내가 노오오오력이 부족했네. 엄마 아빠 미안, 하” “이젠 4050세대 비아냥 들어주기도 힘들다”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건 부모의 자본력인데?” “흙에서 살어리랏다”

‘헬조선’ 현상의 기저에는 유대감과 연대감이 사라진 잔인한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스며있습니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얼마나 더 많은 짐을 지어야만 하는 걸까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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