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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는 지하철 기관사…‘행복방송’을 아시나요?
[HOOC] # “보통은 잠이 덜 깬 상태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어제는 몇 개 정거장마다 들려오는 기관사님의 따뜻한 멘트를 듣느라 출근길이 참 즐거웠어요.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오늘도 힘찬 하루 되십시오’의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화이팅 하시고 힘찬 하루 보내시라고 답해 드리고 싶어서 여기에 글 올립니다.” (30세, 김〇〇)


직접 겪지 않아도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이 글은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이하 공사) 홈페이지의 ‘고객의 소리’에 게시된 글이다. 


칭찬보다는 비난에 익숙한 요즘, 공사 홈페이지에는 직원을 칭찬하는 훈훈한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최근 공사가 전화, 문자, 홈페이지 등으로 접수된 고객의 소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말까지 1년간 총 2640건의 칭찬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7건의 칭찬을 받은 셈이다.

게다가 칭찬민원의 50%에 해당하는 1316건이 기관사의 행복방송에 대한 것이다.

행복방송은 지난 2008년부터 기관사가 열차를 운전하면서 역 도착과 출발안내 등 기본적인 안내방송과는 별도로 행하는 방송이다.

날씨, 계절 등 상황에 따라 생활정보나 따뜻한 격려 등을 전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이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기관사마다 내용이나 패턴도 다르다.

공사 관계자는 “일부 뜻있는 기관사가 자발적으로 방송을 하면서 시작됐는데 시민들 반응이 좋아 지금은 공사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사는 힘든 상황에서도 행복방송을 실시하는 기관사를 격려하기 위해 2013년부터 포상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또 의욕은 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기관사를 위해 기본적인 상황부터 월별, 상황별 적절한 예시 문구를 담은 행복방송 핸드북도 나눠준 바 있다.

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8호선은 대부분의 선로 구간이 지하인 관계로 공사 기관사들은 대부분의 근무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운전한다. 게다가 한 명의 기관사가 하루 평균 운전하는 시간은 5시간.

또 평일 기준으로 공사 전체 기관사들이 운전하는 거리는 하루에 5만 7683㎞로 지구 한 바퀴 반을 도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2~3분마다 안내방송을 하고 32개의 출입문과 같은 수의 승강장안전문을 여닫고 정시에 출발하는 패턴이 반복되는데 돌발 상황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혼잡한 시간대 빈번하게 발생하는 출입문 끼임은 열차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관사들은 승객으로 가득한 승강장으로 들어설 때 마른 침을 삼킨다고 했다. 하지만 칭찬민원 덕분에 활력을 되찾는다고 기관사들은 입을 모았다.

‘지하철 DJ 기관사’로 유명한 7호선의 유진옥 기관사는 “처음엔 내가 무언가 해드린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 따뜻한 눈빛과 격려의 미소를 전해주시는 승객들을 볼 때마다 내가 더 얻어간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유 기관사는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 정차중일 때 운전실로 뛰어와 명함을 주시면서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던 분도 있었다”며 “이럴 때 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hoo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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