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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범의 광고로 세상읽기] 코르셋으로 조여라? 섹시 권유하는 교복 광고
[HOOC=서상범 기자] 요즘 청소년들, 특히 여학생들의 교복을 보면 아찔함을 넘어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는데요. 교복을 수선해 무릎 위 한참을 올라간 짧은 스커트와 상체를 꽉 조인 상의를 입은 여학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학생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과 일종의 개성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도 합니다. 실제 교복을 판매하는 교복업체들 역시, 학생들의 이러한 기호를 겨냥해 생산단계에서부터 몸에 딱 맞는 형태의 교복을 만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교복업체의 광고 포스터.

하지만 교복 광고의 경우, 이를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몸매가 좋은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우며 간접적으로 어필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무래도 성 상품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한 교복업체의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교복업체 스쿨룩스는 최근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박진영 JYP 대표와 소속사 걸그룹인 트와이스를 모델로 기용했는데요. 문제는 광고의 문구입니다. ‘스커트로 깎아라! 쉐딩 스커트’ ‘재킷으로 조여라! 코르셋 재킷’이라는 카피의 이 교복 광고 포스터는 한껏 줄인 교복을 입은 걸그룹 모델의 모습과 이를 감상하는 듯한 박진영의 얼굴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코르셋은 몸매 보정을 위한 성인용 속옷이면서 동시에 과도한 보정으로 인해 여성들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코르셋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광고 카피로 등장시킨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동안의 교복 광고에서는 날씬한 체형의 모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스타일을 홍보해왔지만, 이번 스쿨룩스의 광고는 이를 넘어 더욱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섹시함을 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광고가 나간 후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광고에 대한 비판은 물론, 불매운동과 같은 사회적 견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의정부 금오 중학교 보건 교사 박유선 씨의 초안으로 완성된 ‘사회적 견제 요청서’는 “한창 자라는 성장기 아이들이 교복 치마를 왜 쉐딩 스커트로 깎아입고, 교복 재킷을 코르셋처럼 조여서 입어야하느냐”며 “쉐딩 스커트나 코르셋은 모두 여성 신체의 성적 매력을 두드러지게 하는 옷으로 포스터 속의 교복 모델들이 마치 교복 페티시 주점이나 룸싸롱 종업원들처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교복업체의 광고 포스터.

이 견제 요청서를 소개한 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은 블로그를 통해 “걸그룹들의 비정상적인 몸매가 여학생들의 선호하는 몸매가 되면서 실제 학교에서는 숨막히게 조이는 교복 때문에 생리통,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는 여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소장은 “걸그룹을 따라하기 위해 표준 체형의 청소년들도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하고 있어, 일부 학생들은 저체중증, 면역력 저하, 거식증, 결핵 등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업체와 광고모델로 나선 JYP 측에 문제제기는 물론, 불매운동을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업체의 입장은 어떨까요?

스쿨룩스 측은 우선 “성적 상품화를 의도한 광고는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스쿨룩스 관계자는 “최근 교복의 트렌드를 봤을 때,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의 수요가 많다고 판단했고, 특히 날씬하게 보이길 원하는 학생들이 기존 교복을 구매한 후 별도 수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겨냥해 몸매 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코르셋이라는 비유를 든 것도 성적 매력을 강조한다기보다는 몸을 날씬하게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한편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복광고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코르셋과 같은 단어나 직접적인 몸매 보정의 강조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쿨룩스 홈페이지 캡쳐.

또 이 관계자는 “이처럼 실제 소비자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교복 줄이기의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해도, 이는 논란이 있는 문제이고 광고를 통해 이를 직접적으로 소구하기 보다는 다른 형태를 취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한편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 소개글에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디자인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유행과 멋을 위해 건강을 해치는 것이 이 업체가 꿈꾸는 아이들의 미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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