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90년대 꿈의 직종으로 불리던 광고업…다시 부활하나
[HOOC=서상범 기자]원빈, 최강희, 배두나, 양동근.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배우들이 90년대 한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실. 기억나시나요? 바로 SBS 드라마 ‘광끼’였습니다. 청춘드라마인만큼 극 중 배경도 당시 최고의 트렌드를 나타낼 수 있는 곳으로 선택됐죠. 

출처. ADWEEK


당시 광끼에 출연한 배우들은 한 대학의 광고동아리 소속 학생들로 나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통한 열정을 보였죠.

이처럼 광고업은 90년대 최고의 유망직종이자 대학생들이 꿈꾸는 직업 1위. 크리에이티브의 상징이자 시장경제의 바로미터로도 불리던 화려한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광고업계는 그야말로 침체 일변도의 길을 걷습니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을 비롯한 대기업 계열의 광고회사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직면하며 활동범위가 좁아졌습니다. 여기에 세월호,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위축의 직격탄을 맞으며 ‘별 볼일 없는 업종’으로까지 불리기도 했습니다. 

90년대 광고동아리 학생들을 무대로 했던 드라마 광끼


실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는 10조9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월드컵, 동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로 인한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이 있었기에 이정도 수치라도 건진 것이죠.

여기에 광고를 귀찮은 스팸(spam)메세지로 생각하는 대중들의 인식변화와 마케팅 채널 증가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광고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커져만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광고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CCO(전 제일기획 마스터)는 이런 현상에 대해 “과거 4대 메체로 불리던 TV, 신문, 라디오, 잡지에서 최근에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며 광고업계 종사자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주요 매체에만 집중된 제작 및 프로모션을 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소스로 다양한 매체에 통하는 광고를 다수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죠.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CCO


김 CCO는 플랫폼의 증가는 제작 피로도 뿐 아니라 비용수익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자리잡으며 광고업을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죠.

▶광고업 희망은 없나?=하지만 이런 광고업계의 암울한 상황에도 작지만 의미있는 빛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바로 변화하는 업계 환경에 따른 회사들의 생존경쟁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먼저 제일기획과 이노션이라는 양대 광고회사들이 독식하고 있는 국내 광고시장에 쟁쟁한 도전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씨를 주축으로 하는 오리콤입니다. 오리콤은 14일 한화 계열 광고회사인 한컴을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룹 계열 광고회사간 인수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를 통해 업계 7위권의 중대형 광고회사이던 오리콤은 단숨에 5위권내로 진입하며 시장 선두주자들과의 한판 승부를 펼칠 전망입니다. 

제일기획 홈페이지


한편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인 이노션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일기획의 유일한 경쟁자로 간주되던 이노션이 상장으로 얻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때문입니다. 이노션은 전통적으로 강했던 모터스포츠, 문화, 공연 마케팅은 물론, 디지털 마케팅 등 다양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노션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 6조9661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노션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6만8000원) 기준 약 1조3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업계 1위 제일기획 역시 수성(守城)을 위해 전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특히 제일기획은 올해 들어 신사업 전담 조직인 ‘비욘드 제일’ 본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하며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캐릭터 제작사 부즈클럽과 함께 신규 캐릭터 ‘아둥가’를 런칭하며 캐릭터 산업에 뛰어들기도 했죠.

▶디지털 마케팅, 위기가 아닌 기회다=여기에 갈수록 대세가 돼가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 역시 국내 광고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전통적인 TV나 인쇄매체에서 디지털 채널을 통한 광고ㆍ마케팅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 2011년 1조9160억원이던 디지털 광고비는 지난해 2조9320억원으로 53% 증가했고 올해에는 3조36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연도별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출처=광고정보센터)


제일기획은 2013년 빅데이터 전문 분석조직인 ‘제일 DnA센터’를 신설하고 지난해에는 디지털 전문가인 피터 김 전무를 영입해 빅데이터 분석 사업을 맡기는 등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분야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홍기획은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을연결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옴니채널’을 위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허브’를 회사의 방향성으로 잡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이를 위해 대홍기획은 디지털 크리에이터, 콘텐츠 작가, 바이럴 영상 1인 제작자, 디지털 플래너로 구성된 OCS(Open Creative Solution)라는 일종의 디지털 특화팀을 조직, 운영하고 있습니다. SK 플래닛의 광고부문 SK M&C 역시 기존의 디지털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별도 팀을 구성해 운영중입니다.

출처. ADWEEK


특히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광고들은 다양한 기법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로 떠나갔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양윤직 오리콤 본부장은 “지난해의 경우 바이럴 광고들이 소비자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며 “그동안 광고하면 피하기 바빴던 소비자들이 재미있고 참신한 광고를 스스로 찾고, 주위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현상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존에는 광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린백(lean back) 현상이 일반적이었지만 향후 광고의 미래는 린포워드(lean forward)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크리에이티브한 광고 콘텐츠를 스스로 찾아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광고업계를 출입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위축되어온 광고업계에 다양한 이슈들이 생기는 일은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욱 많이 생기고, 경쟁을 통한 더욱 참신하고 발전된 광고들이 우리 사회를 빛낼테니까요. 광고업계가 향후 더욱 좌충우돌,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tig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