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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콩회항 조현아는 왜 집행유예를 받았을까?
[HOOC]‘땅콩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받은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22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라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구속된 이후 143일만에 풀려나게 됐는데요.

이처럼 실형에서 집행유예를 받게 된 이유는 기소된 죄목 중 ‘항로변경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판을 심리한 김상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양형이유에서 “동료 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심의 부재에서 저지른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은 자존감과 인격에 가늠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전제하면서도 “피고인은 적어도 이 사건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저해하려는 직접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 항공기는 비교적 안전한 장소인 계류장에서 토잉카의 견인을 받아 이동했다”며 “피고인의 범죄행위가 이 사건 항공기의 보안이나 안전운항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경미하다”고 덧붙였는데요.

사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토잉카가 비행기를 끌고 17여m를 이동한 것이 과연 항공보안법 상 항로변경죄에 해당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지상에서의 이동도 항로변경에 해당된다고 주장했고, 조 전 부사장 측은 항로는 비행기가 이륙한 이후의 ‘공중’에서의 상태를 뜻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첨예한 대립을 했었죠.

현행 법에는 ‘항로’의 개념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없어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도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검찰 측은 해외 사례를 들어 “항공보안법과 국제협약의 입법목적이 항공기 운항 과정에서의 승객들 안전보장임을 고려할 때, 항로변경죄의 항로를 ‘항공로’로 축소 해석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항로는 항공기가 운항하는 경로로서, 항공기가 운항을 시작해 종료할 때까지의 예정된 이동 경로를 말한다”면서 비행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게 한 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조 전 부사장의 행위는 항로변경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죠.

지난 2월 열린 1심 재판부는 이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측은 지상에서의 비행기 이동을 항로변경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었죠.

조 전 부사장 측은 “항로의 개념은 항공로와 유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지상에서 이동하는 상태는 포함하지 않는다”면서 “어느 규정을 찾아봐도 지상이동상태를 항로에 포함시킬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었습니다.

이와 같이 현행법상 기준이 명확치 않아 법리적 판단이 치열한 문제에 대한 재판부의 고민이 이번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 측이 반성의 심경을 꾸준히 내보인 것도 고려가 됐을 것입니다. 조 전 부사장은 1심은 물론 2심에서도 장문의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설령 항로변경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아주 짧은거리를 짧은기간 이동해 비난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관대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죠.

이러한 지속적인 반성을 재판부 역시 반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초 피해자들의 상처와 처지를 역지사지하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 이라면서도 “재판을 받는 동안 이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피해자들이 얼마나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었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죠.

여기에 초범인점과 쌍둥이 아이를 가진 엄마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살 쌍둥이 자녀의 엄마이고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대한한공 부사장 지위에서도 물러났다.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앞으로 의식하면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 한 차례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을 외면할 정도의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이런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처럼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진 것에 대한 반응은 차갑습니다. 대부분 재벌 총수 및 오너 일가가 사회적 물의나 범죄를 저질러도 실형보다 집행유예를 받고 있는 현실때문인데요.

네티즌들은 역시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집행유예라며 법은 돈과 권력 앞에 관대한 것 같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15년 전인 2000년 2월 조세포탈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같은해 6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바 있습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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