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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씨티은행, 10년만에 최악의 상황…왜?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진출 10년만의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수익악화로 점포 30%폐쇄 결정에 따른 노조와 갈등으로 파업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2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이 결렬되면 3단계의 태업과 부분 파업을 거쳐 전면 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조합원 3200여명을 상대로 한 파업 등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91.6%의 찬성률로 가결된 바 있다. 사실상 노사 간 창구가 막혀 있는 만큼 중노위의 쟁의조정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조는 3단계에 걸쳐 단체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1단계는 점포ㆍ부서별 릴레이 휴가, 내부 보고서 작성 거부, 판촉 활동 중단, 씨티그룹 본사와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 거부 등이다. 외국계 은행인 만큼 ‘영어사용 전면 거부’도 포함됐다.

씨티은행은 2006년 만든 언어사용 지침에 따라 외국인 임직원이 받는 문서에 한글과 영어를 병기한다. 2단계는 예ㆍ적금, 카드, 펀드, 보험 등 신규 상품의 판매를 거부하는 조치다. 전면 파업에 앞선 3단계로 부분 파업 또는 영업점별 순회 파업이 이어진다.

노사는 현재 지점폐쇄를 놓고도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은행 측은 최근 190개 점포 중 56개(30%)를 폐쇄하겠다고 밝히자 노조가 사측의 점포 폐쇄조치를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은행 노조가 지점 폐쇄와 관련해 사측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씨티은행이 10년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데는 수익감소가 직접적 이유다. 사측에서는 고객채널이 점포에서 비점포로 바뀌었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고 있지만 수익감소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008년 10.46%로 국내 평균(4.91%)보다 높았지만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에는 은행권 최저 수준(1.33%)으로 추락했다.

점포수도 최근 5년 사이 100개나 줄었고 직원도 460여명이나 감축했다. 게다가 적은 대(對)고객 접점의 핵심전략이었던 ‘대출모집인’은 금융권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사태에 휩싸여 부정적 이미지로 추락했다. 수수료가 오르면서 대출금리인상을 부추겼고 불완전 판매라는 비판도 직면해야 했다.

이로 인해 금융계 안팎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다른 외국계 금융사처럼 조만간 소매금융 부문 철수를 선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본사에서는 씨티그룹은 점포 폐쇄가 한국 시장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스티븐 버드 씨티그룹 아시아ㆍ태평양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 내 어떤 핵심 사업에서도 철수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씨티은행의 한국 내 거래는 90% 이상이 영업점이 아닌 채널로 이뤄졌다”며 점포 폐쇄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최근 온두라스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루마니아 터키 우루과이 등 5개국에서 소매금융 분야에서 철수한 바 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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