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 · 쓰임새등 개인 취향 맞춤제작
“문화 전승자, 사명감 · 자부심이 전부”


“고려청자를 비롯해 우리 과학과 혼이 깃든 도자기는 세계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명품인데, 최근 관심이 낮아져 안타깝습니다. 한청도요가 도자(陶瓷) 생활용품이나 선물을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제작해주는 프로젝트를 마련한 것은 세계 최고 명품을 보다 많은 국민이 향유하고 그 참맛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고려청자는 철분이 섞인 흙과 독창적 제작기법을 써 ‘비색(翡色)’을 낸다. 또 표면에 무늬를 파 그 속에 귀금속이나 보석 등을 채우는 상감기법을 적용해 뛰어난 균형미와 예술성을 자랑한다. 이런 고려청자 기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한청도요 김복한(69·사진) 명장은 최근 국민 개개인이 바라는 문양과 취향에 맞춰 작품을 만들어주는 ‘나만의 청자’ 사업에 나섰다. 청자에 대한 국민적 사랑을 복원하기 위한 기대감에서였다.

청자 기술은 찻잔과 술병뿐만 아니라 등잔, 베개, 향로, 벼루, 연적 등 다양한 일상용품도 빚어낸다. 최근 들어 상패나 트로피까지 고려청자 기법을 이용해 만들기도 한다.

김 명장은 “널리 알리지는 않았지만 인연 닿는 분이 당신께서 손수 그린 그림을 갖고 와서 ‘이 그림을 청자나 백자에 반영해서 찻잔을 만들어달라’든지, ‘고마운 분께 감사의 뜻을 상패로 전하고 싶은데 고려청자의 느낌이 살아있도록 해달라’든지 하는 주문을 하면 그에 맞춰 만들어주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아, 이렇게 하면 시민이 청자ㆍ백자를 더욱 사랑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굽고 있다”고 전했다.

30여년째 찾아오는 손님에게 도자기 제작 체험기회를 주고 있는 김 명장은 4월 말 문경 전통찻사발축제에 전시장을 마련하고 시민이 도자기 빚는 것을 도와줄 예정이다. 시간과 공간이 허락되는대로 ‘찾아가는 체험행사’까지 벌이겠다는 것이다.


경남 마산 태생인 김 명장은 도예가인 형님(김응한)의 어깨 너머로 배우기 시작해 변산 위군섭 선생의 문하생으로, 해강 유근형 선생의 제자로 전통 청자 기법을 전수받았다. 이후 1982년 한청도예연구소를 설립해 청자 연구에 매진, 2003년 ‘이천도자기 명장’과 2004년 ‘경기도 으뜸이’로 선정됐다. 또 2002년 한국예술전 종합대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김 명장의 연구ㆍ개발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무늬가 비춰 보이는 제조법, 화산재를 이용한 청자유약 등 10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숭례문 복원 과정의 난맥상과 관련, 그는 “문화를 보호하고 전승하는 사람에게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전부”라면서 “사필귀정됐으니, 문화인이 평생의 노력과 영혼을 지켜야겠다고 마음을 곧추세우는 좋은 보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