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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돈의 중동 ‘작은 골리앗’ 카타르
마르지 않는 자금줄 쥐고 전세계 정치·경제적 막강 파워…경기도 면적의 중동 소국 글로벌 ‘강소국가’로 급부상
이집트·리비아 등 자금지원
중동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

英 하수도 등 거액 투자추진
美‘카트리나 재앙’땐 기부
넘치는 돈으로 각국과 동맹



이집트 사태와 시리아 내전 등 바람잘 날 없는 중동에서 카타르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카타르는 과거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으로 중동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 막대한 지하자원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의 정치ㆍ경제 등 여러 분야에 손을 뻗치며 ‘작지만 강한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새로운 중동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후 정세가 더욱 악화하고 있는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8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데 실패하고 마지막까지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던 나라도 중동의 자원부국 카타르였다.

돈 많은 중동의 다른 석유부국과 달리 우리나라 경기도 면적에 불과한 자그마한 영토(1만1586㎢)를 가진 카타르 왕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여기저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축구클럽을 봐도,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기업과 세계에서 유명한 건물만 봐도 카타르 왕실이 얼마나 다양한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동의 큰 손 부상=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는 카타르는 이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했고, 방대한 양의 자원 매장량은 중동 전역에 정치력을 행사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카타르 왕실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전 세계 여러 곳에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카타르는 에미르(국왕)인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61)가 18년 만에 왕위에서 물러나고 그 아들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33)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 하마드는 아버지인 셰이크 칼리파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을 쿠데타로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으나 석유 자원을 이용, 아버지가 하지 못한 외교적 영향력 증대와 경제성장을 이뤘다.

아랍혁명의 최대 수혜자이자 아랍국가의 수호자인 카타르는 이집트와 튀니지의 열성 이슬람주의자가 이끄는 정부를 구제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이집트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카타르는 시리아 반군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기도 했고, 리비아를 재정면에서 안정화할 수 있도록 사전에 돕기도 했다.

한때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거대한 나라의 그늘에 가려 걸프해의 변방국가에 불과했던 카타르는 큰 변혁을 이뤘다. 인구는 190만명, 그 중 20%만이 자국민이다. 자국 내 경제 다각화에 대한 요구와 국가 설립의 기초인 이슬람교가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카타르의 자생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완연한 대조를 보이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조용히 보이지 않게 확장하는 데 비해 카타르는 대단히 실용적이며 강력한 상업적ㆍ정치적 발판을 추구한다.


중동지역의 끊임없는 혼란 속에 카타르는 정치적 보험으로 전 세계와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외교채널에 따르면 카타르 왕실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여파 이후 1억달러를 기부했고, 하마드 빈 자심 알 타니 수상은 미국 관계자에게 “우리도 언젠가 카트리나와 같은 재난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트리나와 같은 재난’이란 말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의미했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차단하고 카타르에 필수적인 액화천연가스 수출을 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카타르의 정치ㆍ경제적 과잉행동이 때때로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올해 초 영국에서는 바클레이스은행이 2008년 카타르에 현금 요청으로 차관을 제공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프랑스에도 카타르의 손길이 뻗쳤다. 카타르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했으나 정치적인 반발도 불러일으켰다. 

카타르가 투자한 포르셰.
▶해외 진출 첨병 ‘카타르홀딩스’
=카타르는 카타르투자국(QIA)의 직접투자 조직인 카타르홀딩스를 통해 해외 진출을 한다. 국부펀드는 2005년 출범한 이래 1000억달러에 이르렀다. QIA는 카타르 외교정책의 한 요소로 여겨진다. 인도네시아에서 리비아에 이르기까지 제휴국가와 함께 기금을 조성했다.

카타르홀딩의 CEO 아흐마드 알 사예드는 “투자한 만큼 얼마나 돌아오는지가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린 미래 세대를 대신해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수입으로 의미있는 파트너십을 이끌어내니 더 좋다”고 말했다.

단순하고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것이 QIA의 전략이다. 통제하고 싶으면 과감히 투자하고, 가격이 쌀 때 투자하고, 정치적 요소를 확보할 수 있다면 투자하고, 산업에 중요하면 투자하고, 지역이나 구역을 넘어 투자하는 것이다.

카타르가 관심을 갖는 시장은 영국과 프랑스다. 카타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여러 회사와 개인투자자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런던의 중심가와 파리의 샹젤리제에도 건물을 갖고 있다. 카타르의 자금이 런던과 프랑스에 계속 머무르면서 중동위기 때도 영국ㆍ프랑스와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영국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카타르는 런던 지하 하수도 투자를 포함한 100억파운드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카타르가 소유한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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