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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첩장 날아오면 가슴이 덜컥…”
월급 212만원에 지출 180만원…30대 직장인 월급통장 들여다보니
고유가에 살인적 물가
식비만 10여만원 늘어

전세대출 이자에 세금…
딸아이 분유값 제하면
저축·적금은 꿈도 못꿔

부조금 이라도 나가면
그달 생활은 마이너스

“월급명세서요? 보면 한숨만 나오죠. 월급 오르는 속도가 물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니 올라도 오른 게 아닙니다. 자동차 연료 게이지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살이 떨립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식비만도 10여만원 이상 늘었습니다. 아이에게도 아이엄마에게도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싶은데 쉽지가 않습니다. 적금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빚이나 지지 않으면 다행이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과 다름없는 나날입니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결혼 3년차 직장인 김모(32) 씨. 김 씨는 딸아이 크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난감하다. 외벌이를 하는 김 씨의 월급은 220만원, 실수령액은 212만원이다. 하지만 한 달을 꼬박 살고 나면 통장에 남는 돈은 고작 몇 만원 뿐이다.

매월 10일이면 212만원의 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생명보험·연금보험·화재보험에 50만원, 여기에 전기세·수도세·도시가스비 등 세금 40만원이 급여 입금일자를 전후해 빠져나간다. 또 핸드폰·인터넷 등 통신비 15만원, 전세대출이자 5만원도 급여 입금일의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고정비용이 빠져나가면 남은 급여는 식비 등 생필품과 기저귀·분유 등 아이를 위한 물건을 구입하는 데 쓰인다. 생필품 구입엔 약 40만원, 아이용품 구입엔 15만원 정도 들어간다. 고정적으로 월 평균 170만~180만원가량 필요한데 경조사비 등 갑자기 들어가는 돈도 꽤 된다. 피우던 담배도 끊었으며 술자리도 참석한 지 오래지만, 저축은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재테크는 사실상 꿈같은 얘기다. 아이에게 들어갈 돈은 앞으로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터라 걱정이 크다.

생후 100일도 되지 않은 딸아이의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은 눈에 빤하게 보이는데 월급 통장에 찍히는 액수는 요지부동이다. 들어가야 할 돈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예정이지만 물가 상승률은 늘 월급 인상률을 앞선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는 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너무 높아 상대적으로 낮은 것처럼 보일 뿐이며, 김 씨와 같은 샐러리맨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김 씨의 아내 박모(32) 씨 역시 생필품을 구입할 때 질보다 가격을 우선해야 하는 현실이 민망하다.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체감 상승률은 상당하게 느껴진다. 더 좋은 물건은 빠듯한 살림살이 앞에서 늘 후순위다. 아이에겐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데 앞일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김 씨의 아내는 아이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딸을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둔 아내는 직장에서 벌어오는 돈보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며 들어가는 돈이 더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현실이 팍팍하니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가정을 가진 30~40대 가장이라면 다들 마찬가지의 기분을 느낄 겁니다. 갑자기 월급이 오르는 일은 기대할 수 없으니 물가라도 잡혀야 먹고살만해질텐데 그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최소한 아이라도 돈걱정 없이 키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는데, 당분간은 어렵겠죠?”

 정진영 기자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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