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지난 6일, 2000년 대북송금·현대비자금 사건 당시 현대증권 회장이던 이익치(67)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당시 현대상선이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영완(58) 씨가 알려준 스위스 은행계좌로 미화 3000만 달러를 송금하는 과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7월 대검 중수부 조사에서 “이 회장이 알려준 스위스 계좌로 현대상선 자금 3000만 달러를 보냈다”고 진술한 부분을 집중 조사했다. 당시 중수부는 정 회장이 이 같은 진술을 남긴 뒤 자살하고, 김 씨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수사를 중단해야 했다.

김씨는 도피한 지 8년9개월 만인 지난달 26일 자진 귀국해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조사를 받았으며, 재소환에 응한다는 조건으로 지난달 29일 미국으로 다시 출국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요구에 따라 김 씨가 알려준 스위스 계좌번호를 정 회장한테 건넸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3000만 달러 부분은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살펴봐야 할 기록도 많고 얘기를 들어봐야 할 참고인도 많다”며 “이 전 회장을 조사한 것도 이 같은 과정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 외에도 당시 현대상선 자금 담당 임원이던 박모 씨 등 현대그룹 전·현직 임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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