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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어빵 母子, 마음씨도 닮았네”…국내 최초 모자 신장기증인 탄생
8일 오전 8시 서울 아산병원. 윤현중(41ㆍ사진 왼쪽)씨가 수술실로 들어갔다.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 엄해숙(58ㆍ오른쪽)씨는 “아들, 잘하고 돌아와”라며 응원의 인사를 보냈다. 윤씨도 “걱정 마시라. 마음이 편하다”며 화답했다.

이들은 국내 최초 모자(母子) 신장 기증인이다. (재)사랑의장기운동본부(장기본부)를 통해 지난 20년간 이뤄진 920여건의 신장기능사례 중 모자가 나란히 타인을 위해 생존시 신장기증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씨의 신장은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37세 남성에게 이식됐다.

윤씨가 생존 시 신장기증을 결심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 엄씨는 이미 2003년 신장기증을 통해 만성신부전 환우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1976년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해온 엄씨는 일을 하며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고 이들을 돕고자 고민 끝에 2003년 신장기증을 실천했다.

엄씨의 선행은 그 이후 더 활발해졌다. 그는 가방에 항시 장기부전 환우들을 위한 후원신청서를 들고 다니며 주변인드렝게 기증을 권유하며, 현재는 신장을 이식받거나 기증한 사람들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 전국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각막이식수술비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을 주최하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발벗고 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 윤씨도 자연스레 어머니를 닮아갔다. 1983년부터 헌혈을 시작해 금장훈장을 받기도 했던 그는 지난 1999년 이미 장기본부를 통해 사후 장기기증 등록을 했다.

하지만 2003년 어머니가 생존시 신장기증 이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장기기증 결심을 당장 실천에 옮겨에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윤씨는 “어머니가 신장기증을 한다고 했을 때는 아들로서 굉장히 걱정이 됐다. 사실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어머니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학교 2학년이 딸 윤이나(14)양과 아내 이미정씨도 윤씨의 의견을 적극 지지해줬다. 특히 딸 이나양에게 “생명을 살리는 할머니와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아내 미정씨도 현재 시어머니와 남편의 뜻을 따라 생존시 신장기증을 고민하는 중이다.

윤씨는 “언젠가 어머니를 따라 신장을 기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건강할 때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며 “내 신장을 이식받을 그분이 앞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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