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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에 취약한 대한민국 직장인...실업도 노후 보장도 한숨만...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고 했다. 목숨의 길고 짧음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말인데, 현대에는 ‘사람은 목숨은 사회안전망에 달려 있다’고 바꿔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근로자와 가족들의 잇딴 자살 소식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최근까지 총 19명이 스트레스성 질환과 자살로 사망했다. 한 시민단체의 설문 조사는 그 숫자의 끝을 알기 어렵게 만든다. 쌍용차 해고 근로자들은 95%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52%가 자실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실업은 곧 생존과 연결된다. 실업으로 소득이 없어지게 되면, 의지할 곳이라고는 얼마되지 않는 퇴직금과 몇개월간 주어지는 실업수당 밖에 없다. 새로운 생활을 위해 창업에 나섰다가 퇴직금까지 날리면, 얼마되지 않는 실업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실업에 대비한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은 정부가 지급하는 실업수당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고용전망 2011(Employment Outlook 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수당의 소득보존율은 30.4%에 그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중간값인 58.6%의 절반 정도에 머문 수준이다. 도시 생활 가구의 교육비 비중이 총소득의 35%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아이들 교육비를 지불하고 나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다.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위스, 포르투갈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70% 이상의 소득보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직장인들은 실직하더라도 실직전 소득의 70% 이상의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일자리를 잃더라도 당장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실업 기간이 1년을 넘어서면 더욱 암담해진다. 실직 2년차 때 OECD 회원국의 소득보전율 중간값은 40.4%에 달했지만,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 쌍용자동차 해고 근로자의 자살이 실직 기간과 비례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렵게 일자리를 유지하더라도 그리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지는 않는다. 노후 생활의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OECD가 발표하는 2011년 연금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2.1%에 머물고 있다. 그리스 95.7%, 룩셈부르크 87.4%, 오스트리아 76.6%, 터키 64.5%, 핀란드 57.8% 등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9.0%)이 OECD 평균(19.6%)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을 돌려받는 것이지만, 다른 노후 소득 보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선 가난한 노후 생활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실업수당,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다. 우리나라식 사회안전망은 ‘적게 내고 적게 받는’ 형태로 꾸며져 있다. 사회 안전망이 튼튼하지 못한 근본 이유이다. 유럽식 복지국가 처럼 소득의 절반을 사회보장세로 지불하는 형태로 전환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정도 보험료를 높여 사람을 살려야 할 시점은 분명하다. 인명은 사회안전망이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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