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박경영(31ㆍ지체 1급·사진) 씨는 운동과 컴퓨터를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2005년 다이빙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경추 4번이 손상을 입으면서 중증 척수장애인이 됐다. 팔 다리는 물론이고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어렵게 됐다. 겨우 고개만 움직일 수 있다.

사고와 함께 그가 잃어버린 것은 신체 기능뿐만 아니다. 그 당시 다니던 직장도 잃어버렸다. 자신의 특기인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구해 보았지만 전신마비 장애 때문에 직업으로 삼을 만한 일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추천을 받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실시하는 ‘IT원격컴퓨터강사 직업영역개발사업’ 대상자로 참여하게 됐고, 드디어 지난 11월부터 2명의 초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

박 씨는 음성, 이마에 부착한 헤드 마우스 익스트림이라는 보조공학기기, 그리고 원격지원시스템을 활용해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번 원격컴퓨터강사 직무는 직업적으로 전망이 좋은 IT와 교육을 접목시킨 새로운 직업 분야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선도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 씨는 “평소 서울대 이상묵 교수님을 존경하는데, 저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돼서 기쁘고 더 노력해서 이 분야의 뛰어난 전문 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IT원격컴퓨터강사 직업영역개발사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원장 김광용)이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회장 김해섭) 및 한컴미래교육(이길우 대표이사)과 3자 간 협약을 체결해 척수장애인 등 최중증장애인의 직업영역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