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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전드 4+2명' 탁구가 즐겁다! 링티배 올스타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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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50줄의 탁구 렌전드 4명이 21일 '응답하라 1994' 이벤트 경기에서 몸을 날려가며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사진=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코로나 시대 어깨가 축 처진 중년들에게는 옛 추억이 절로 떠오르는 이벤트였다. 지금은 전문선수들이 사용하지 않는 펜홀더라켓(일본식)을 잡은 탁구 레전드 4명이 ‘한국 남자탁구를 중국이 두려워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줬다. 유남규(53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 김택수(51 미래에셋대우 남자팀 감독), 그리고 추교성 금천구청 감독(50)과 이철승 삼성생명(남자팀) 감독(49). 최대 4살 차이인 이들은 올림픽 금(유남규 88년), 아시안게임 금(김택수 98년) 등 한국 남자탁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심판으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39 IOC위원)이 가세했고, 방송해설로 안재형 전 국가대표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벤치는 현역선수인 장우진(미래에셋대우), 이상수(삼성생명)이 맡아 역할놀이까지 더해졌다.

유-김 조와 추-이 조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남자복식에서 나란히 준결승에서 중국 조를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후배이자 연습파트너였던 추-이 조는 태릉선수촌 자체 연습경기에서 3점을 받고도 지기 일쑤였지만 이 경기에서 승리했다(당시 21점제). 최강 중국을 제치고 우리끼리 금은을 나눠가졌기에 기분 좋은 대이변.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금 4명은 한국탁구의 핵심지도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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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심판을 보던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2세트 도중 선수로 나서 스매싱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대학교 안 광교씨름체육관에서는 ‘수분충전 링티 코로나19 극복 올스타 탁구대회’ 마지막날 경기가 펼쳐졌고, 레전드 4 + 2명은 1994년을 재현했다. 협회 전무(김택수), 여자 대표팀 감독(추교성) 등 바쁜 일상으로 인해 연습을 많이 못했다고 했지만, 소속팀 선수들에 따르면 “감독님들이 최근 근육통을 느낄 정도로 나름 열심히 운동했다”는 후문이 들렸다. 상금과 자존심이 걸린 탓에 양쪽 모두 이기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분명했다. 탁구인들의 승패예상도 거의 5대 5로 팽팽했다.

포털사이트 및 유튜브 생중계에, 지상파 방송사까지 취재를 나온 경기는 3게임(세트)으로 치러졌다. 이런 경우라면 서로의 체면을 위해 1, 2게임을 나눠갔고 3세트가 본 승부가 된다. ‘의욕과잉’인 이철승 감독의 공격미스로 첫 게임은 유-김 조가 11-6으로 승리. 유남규의 기막힌 왼손 컨트롤 샷, 김택수의 파워 드라이브가 보기 좋았다.

2게임에서는 유-김 조가 앞서나가자 주심 유승민은 선배 조에게 석연찮은 폴트를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심지어 이철승과 자리를 바꿔 실전에 뛰어들어 강한 공격으로 1점을 따줬다. 여기에 추교성과 이철승의 날카로운 반격이 불을 뿜으며 13-11로 후배 조가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진짜승부는 3게임. 불꽃이 튀겼다. 김택수는 땀을 뻘뻘 흘렸고, 유남규는 펜스 위로 넘어지면서도 공을 받아냈다. 명승부로 손색없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고, 결국 유-김 조가 11-9로 승리하며 27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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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업탁구연맹의 이명종 회장(오른쪽)이 이벤트경기의 시상을 맡았다. 사진=PP라이프


유남규 감독은 “아시안게임 때 방심해서 졌기 때문에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택수 감독은 “작전까지 짜면서 최선의 경기를 했다. 이런 장면들이 코로나19로 힘든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교성과 이철승 감독은 “두 선배님은 대한민국 탁구의 레전드다. 두 선배들 덕에 우리 실력이 많이 늘었고,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오늘 함께 경기한 것 자체가 즐거웠다. 다음에 복수전을 펼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시대에 스포츠단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남자단식 16강 대결에 아마추어 동호인 최강자 2명을 초정해 흥미로운 대결을 펼쳤다(19일). 그리고 레전드 매치는 협회 회장이 권위를 내려놓고 심판으로 나서고, 레전드들이 최선을 다하는 탁규쇼를 펼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 철저한 방역과 함께 다양한 방식의 중계로 탁구팬들에게 다가갔다.

한편 이날 대회 단식 결승전에서는 정영식(국군체육부대)이 황민하(미래에셋대우)를 4-1(11-8 8-11 11-7 11-6 11-6)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500만원. 다음달 전역하는 정영식은 이날 발표된 남자 대표팀에 추천선수로 합류했다. 여자는 최효주(삼성생명). 수원=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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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정영식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왼쪽은 시상을 맡은 이원철 링티 대표. 사진=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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