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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SGTF2020 최고 지도자 이재영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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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마스터 프로가 홀인원 7번을 한 기념패 및 각종 상패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내 인생의 화두는 타이밍이었고,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기장에서 타이밍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재영 USGTF(미국골프지도자연맹) 마스터 프로는 인생에서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4년 전에 아카데미를 열어 일주일에 절반을 골프 교육에 투자하는 그가 지난해말 USGTF코리아로부터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다. 대체 골프 교습 노하우와 성과는 어때서 최고상을 받았는지 찾아가봤다.

그는 ‘골프를 통해서 많은 기회를 얻었고, 건강도 지켰고, 또 많은 사람을 사귀었기에 그걸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59세 되던 해에 연습장을 열었다’고 했다. 그리고 풀어낸 구력 35년의 인생 얘기는 드라마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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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프로가 타이밍 골프아카데미 타석에서 샷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골프를 처음 접한 건 1986년 독일 베를린으로 유학 간 이듬해였다. 독일에서 반년을 보낸 뒤 이듬해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으로 옮겨 무역학을 전공하고 있던 어느 날이다. 활달한 성격에 리더십도 있어 유학생 총학생회장을 맡던 그는 교포가 인수한 골프장에서 연 파티에 초대받아 갔다.

처음 접한 골프장의 모습은 놀라움과 동경의 연속이었다. 당시 비엔나의 좋은 고급 차는 모조리 그곳에 모인 듯했고 참석한 사람들의 인상도 좋았다. ‘골프를 배워두면 앞으로 살아갈 때 도움이 되고 좋겠다’싶은 직감이 들어다.

대학에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골프교습을 신청했다. 어렸을 때부터 각종 운동에 뛰어나 테니스, 스키는 물론 태권도 등을 합쳐 무술 5단이었던 그에게 골프는 어렵지 않은 유흥이었다. 하지만 당시 세상은 급변했다. 마케팅 석사를 마치고 박사 1학기를 하던 유학 생활은 결혼 등으로 인해 중단했다. 동유럽이 앞다퉈 시장을 개방하면서 학위를 마치지 않은 학생들이 앞다퉈 현업에 뛰어드는 추세였다.

7년여 살던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1994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무역회사를 차렸다. 국내에서 사업이 안정될 무렵 골프장을 다시 이어갔다. 그런데 한국 골프장은 유럽에서 경험한 것과 천지차이였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있고 페어웨이가 좁아서 티샷부터 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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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가운데 앉은 이) 프로가 원건휘 프로(오른쪽) 등 제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한 가지에 꽂히면 끝장을 보고마는 성향이 발휘됐다. 골프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국내에 나와 있는 교습서는 모조리 찾아 읽고 해외 서적까지 섭렵했다. 새벽부터 연습장을 찾아 샷을 가다듬었고, 낮밤없이 샷을 연구했다. “어느 여름날인가는 연습하다 쓰러진 적도 있습니다. 뭐 하나가 감이 잘 안오길래 계속 했는데 그러다 잠시 쉬려고 앉았는데 그 자리에서 졸도했던 거죠.”

맹렬한 연습 끝에 일년 만에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됐다. 물론 그 이후로도 누군가 잘 가르친다는 사람이 있으면 불원천리 찾아가 배움을 구했다. 연습하다가 왼손바닥 부상으로 깁스를 한 상태에서 오른팔만으로 골프 라운드를 해서 80타대를 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글을 잡은 횟수는 백여번을 거뜬히 넘겼고 최저타 스코어는 7언더파 65타였다. 귀국해 골프를 다시 한 지 14년 만에 처음 홀인원을 한 뒤로는 2019년까지 7번을 달성했다.

USGTF코리아 자격을 딴 건 2002년이다. 소피아그린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단 번에 합격했다. 자격증을 딴 건 해외 각국에 출장을 갈 때마다 골프를 하는데 쓸모가 많아서였다. “태국의 한 골프장 카운터 벽에 헤드 프로가 USGTF 프로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죠. 물어보니 그게 있으면 언제든 라운드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격증 따고는 동남아나 일본에 가서 골프장에 전화하면 프로 대우를 받았지요. 어떤 때는 헤드프로가 나와서 동반 라운드도 했고요.”

실력이 뛰어나고 언변이 좋고 자격증도 있다보니 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골프를 가르치는 게 일상이 됐고 결국 2014년에는 ‘타이밍 골프’라는 책을 저술하기에 이르렀다. “원래 연습하는 것을 즐기는 데다 내가 공들여 깨우친 걸 사람들에게 베풀기 위해서입니다. 제 아들에게는 골프를 가르쳤는데, 딸은 음악을 하느라 골프를 가르칠 수 없었죠. 언젠가는 제 책을 보고 골프를 배웠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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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USGTF마스터 프로가 강의하고 있다.


부산 로타리클럽에서 특강을 하는 등 그에게 배우려는 사람이 늘다보니 골프는 점차 본업인 무역업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2017년 여름에 USGTF마스터 과정에 도전해서 필기와 실기(3언더파) 모두 수석으로 표창장까지 받았다. 그리고 10월1일에 타석 6개와 스크린 골프가 있는 골프아카데미를 자신의 사무실 아래층에 마련했다.

이후로 화, 목, 토 3일은 아카데미에서 골프코치를 하고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본업인 무역을 한다. 부산 도심에서 30분 거리의 아카데미지만 월 30여명의 제자가 예약제로 그를 찾는다. 대부분이 추천을 받아 찾아온 골퍼들이다. 멀리서 가르침을 구하는 제자를 마다않는다. 자신도 그렇게 깨우침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의 교습 철학은 ‘줄탁동시(?啄同時)’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의지가 먼저 있어야 하고 스승은 마침 부족한 부분을 도와 알을 깨는 과정을 돕는다. 그래서 그의 교습법은 따로 시간을 한정하지 않고 꾸준한 대화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는 방식이다.

그의 가르침 끝에 골프의 진정한 맛을 찾은 제자들은 차고 넘친다. 수제자인 원건휘 USGTF프로는 4년 전 한 라운드 130타를 치던 초보자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USGTF회장배 대회에서는 이 프로가 장년부 우승, 원 프로가 여자부 우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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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아카데미에 이재영 프로의 클럽 별 임팩트 모습을 찍은 사진들.


그제야 자신이 최고의 지도자상을 받은 이유를 말한다. “제자를 이 정도 성공으로 이끈 게 최우수 지도자 상을 준 이유가 아닐까요.” 그는 ‘타이밍’이라는 자서전도 썼다. “살면서 수없이 좋은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타이밍을 강조하는 겁니다. 타이밍을 잘 맞춘 임팩트를 하면 짜릿한 쾌감이 있습니다. 그걸 위해 꾸준히 골프 스윙을 하는 거지요.”

이 프로가 생각하는 좋은 스윙의 3요소는 임팩트로 수렴한다. “프로들의 스윙이 이상적이죠. 골퍼들마다 체형이나 스윙 스타일이 모두 다르지만 프로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좋은 스윙이 되는 임팩트의 세 원칙은 동일하죠. 첫째 임팩트에서 체중은 왼발에 놓인다. 둘째 시선은 오른쪽을 향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폴로스루는 길게 끌어 피니시까지 간다.”

타이밍 골프아카데미에는 이재영 프로가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을 하는 임팩트 순간을 찍은 그림을 크게 붙여두고 있다. 임팩트의 모습은 프로 선수나 이 프로나 다를 바 없었다. 사진들은 정확하게 임팩트 ‘타이밍’을 포착하고 있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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