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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마다 세대 교체’ 프로V1 얼마나 혁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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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리스트가 프로V1, 프로V1x를 11세대 모델로 최근 출시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골프볼 브랜드 타이틀리스트가 최근 11세대 프로V1, V1x를 내놨다.

2001년부터 2년을 주기로 아쿠쉬네트가 보유한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는 새로운 볼 모델을 내고 있다. 새로 출시되는 볼에 ‘세대(generation)’라는 거창한 표현을 붙이는 건 마케팅용 수사(修辭)에 가깝다. 2년마다 새 세대 모델을 출시했지만 기술적인 발전이나 혁신이 매번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2년이란 세대 개념은 2년 정도가 소비자들이 새로운 디자인과 내용의 모델을 원하는 심리적인 교체 주기라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재고 처분이나 물류 흐름상도 그렇다. 현재 고급볼의 시장 점유율을 타이틀리스트가 가장 높게 차지하니 그걸 유지할 정도로, 예컨대 2년 마다 딤플수의 변화 같은 미세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실로 코어를 감던 와운드볼에서 새 천년에 등장한 솔리드볼이라는 혁신을 가져온 이후로 프로V1은 20여년간 볼 시장의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와운드볼 시절엔 던롭 DDH가 대표적인 볼이었으나 2000년 10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인벤시스클래식에서 우승자를 포함한 47명의 선수들이 시즌 중간에 제품을 바꾼 게 프로V1 신화의 시작이었다. 골프 역사상 한 번에 가장 많은 선수들이 용품을 바꾼 대회로 기록된다. 그런 대히트 덕에 프로V1은 예정보다 3개월 이른 2000년 12월 용품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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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프로V1.


2세대에 V1x 쌍두마차 체제로
실없이 부드러운 고무 재질의 코어를 감싸는 아이오노머 레이어, 우레탄 엘라스토머 커버로 만든 1세대가 지나 2003년에 나온 2세대는 2중 코어 즉, 4피스인 프로V1x를 추가했다. 이후 타이틀리스트는 두 개의 모델로 쌍두마차를 이뤄 선두 경쟁을 시키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2년 뒤인 2005년에 나온 3세대는 두 모델의 기능 차이를 더 확연하게 구분했다고 홍보했다. 3피스인 V1은 낮은 탄도에 부드러운 타구감이 특징이고, 4피스인 V1x는 높은 탄도와 많은 스핀, 보다 단단한 타구감을 원하는 골퍼들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4세대인 2007년은 커버의 접합선을 딤플 사이 사이로 완벽하게 처리해 딤플 면적을 1% 증가시켰는데 이는 마감처리 기술 발전이다. 5세대인 2009년은 두 모델의 기능을 더 뚜렷하게 구분했다고 홍보했으나 기술 발전은 뚜렷하지 않다.

6세대이자 10년된 2011년은 기술 발전이 있었다. ZG(Zero Gravity) 프로세스가 도입되어 균일한 코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또한 커버에서도 3개축으로 우레탄을 주사해 편심없는 일관성 높은 제품을 출시했다. 동시에 V1는 딤플수 352개, V1x는 328개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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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미국 본사에서 온 루 본(왼쪽) 사장과 빌 모건 부사장이 V1과 V1x를 직접 홍보했다.


7세대는 내구성 커버의 끝판왕
2013년의 7세대는 우레탄 커버의 내구성을 극대화했다. 커버에 새로운 페인팅 및 코팅 시스템을 채용하면서 가능했다. 또한 태국에 지은 플랜트4 공장을 통해 아시아 유통을 맡기는 공급망 변화를 꾀했다. 아시아 시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에 물류와 생산비용 면에서의 효율화를 도모했다. 2년 뒤인 8세대는 보다 유연한 커버를 냈고 타구감을 부드럽게 개선했다고 하지만 특별한 기술 혁신은 없었다.

2년 뒤 2017년에는 미국에서 메리 루 본 볼 총괄 사장과 빌 모건 R&D 수석 부사장이 방한해 9세대 모델을 홍보했다. 프로V1과 V1x 둘 중에 고르라는 것이었다. 당시의 홍보 문구는 지금까지 유지된다. ‘진화된 코어 디자인, 공기역학 딤플 디자인, 강화된 자체 생산 설비로 더욱 정교해진 제품력’이다.

달라진 것이라면 딤플의 배치였다. 딤플 갯수는 동일하나 크기와 배열을 V1은 5가지에서 4가지로, V1x는 7가지에서 5가지로 줄였다. 당시 타 브랜드들이 컴프레션을 줄인 소프트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었다. 또한 미국에서는 한국산 커크랜드 볼이 프로V1의 절반 가격에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매진 사례를 이어가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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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리스트로는 2018년에 V X도 아닌 새 모델 AVX를 내기도 했다.


10세대는 추세 따라 컬러볼 출시
V. X의 시장 점유율에 위기를 느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경쟁사들이 소프트볼을 워낙 공격적으로 출시해서였을 수 있다. 2018년 5월에는 갑자기 V. X보다 더 부드러운 AVX를 깜짝 출시했다. 선두 업체에서 새로운 마케팅을 펼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V와 X를 대체한다(Alternative)는 이니셜을 따서 AVX라는 이름을 지었지만, 이 모델이 궁극적으로 대체하고 싶었던 대상은 캘러웨이의 크롬소프트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2019년에는 10세대 모델을 출시하면서 코어, 케이싱 레이어, 커버의 소재 배합에서 설계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고 홍보했다. 커버 두께를 17% 얇게 만든 대신 레이어가 V1은 14%, V1x에서는 11% 두꺼워졌다. 하지만 이 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하이 옵틱 옐로우’라는 노란색 컬러볼을 출시한 것이다. 수년간 컬러볼 프로V1 시리즈의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진행해왔다고 했으나 실은 경쟁 브랜드들에 뺏기고 있는 컬러볼 시장의 트렌드도 충실히 따른다는 시도였다.

11세대를 표방한 2021년의 타이틀리스트는 코어부터 케이싱 레이어, 커버, 딤플까지 모든 부문을 새롭게 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문구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 ‘진보된 2.0 ZG 프로세스 코어, 부드러운 캐스트 우레탄 엘라스토머 커버, 새로운 딤플 패턴 디자인’이다. 그나마 변화라면 10년 만에 딤플 패턴을 바꾼 것이다. 프로V1에 388개 4면체 딤플, 프로V1x는 348개 4면체 딤플로 숫자를 늘렸고 다양한 딤플 사이즈를 갖췄다.

프로V1, V1x간 선호도의 차이가 있으니 취향에 따라 다른 모델을 선택하라는 마케팅은 여전하다. 또한 프로 골프투어에서 특정 스타 선수가 아닌, 전체 선수 중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타이틀리스트 볼을 쓰는가를 20년째 홍보한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모두 똑같은 볼을 쓰기 때문에 선수들이 가장 많이 쓰는 볼이라는 게 이들의 마케팅 포인트다. 아마 2년 뒤에 나올 12세대도 그럴 것이다.

마침, 미국골프협회(USGA)나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3일(한국시간) 볼 사용 규정과 규격에 변화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투어 선수들의 비거리가 대폭 늘어난 20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볼도 현재보다 더 가볍고, 작은 크기의 스몰 볼이 나오거나 프로 대회에서만 쓰는 선수용 볼이 나올 수 있다. 타이틀리스트로서는 볼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기 위한 진정한 세대교체와 혁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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