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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CJ컵@섀도우크릭이란 무계획의 계획

  • 기사입력 2020-10-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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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코크랙이 더CJ컵 마지막날 티샷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 for THE CJ CUP]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계획적으로 성공한 대회다. CJ그룹은 10년 개최하기로 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중에 네 번째 대회 더CJ컵@섀도우크릭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함으로써 절묘한 홍보 마케팅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다.

10년간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측 못한 변수가 돌연 미국 개최로 이어졌다. 이는 미국 시장 공략과 글로벌을 지향한 CJ그룹으로서는 계획에 없었지만 절묘한 사업 홍보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애초 아시안스윙 대회는 PGA투어 소속 선수들의 먼거리 해외 출전이라는 이유로 인해 120여명 이상이 출전하는 풀 필드 대회 개최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페덱스컵 랭킹 60명이 출전하되 나머지는 스폰서나 현지 투어에서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방식이 모색됐다.

아시아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져 6년을 진행한 말레이시아의 CIMB클래식은 나쁜 선례다. PGA투어의 스타급 선수들은 신생 대회에 그것도 비행기를 오래 타는 아시아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그래서 매년 대회를 치르면서도 유명 선수가 와주기를 바라는 데 그쳤다. 미국 현지에서도 시차 때문에 시청률이 저조했고, 결국 대회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후원기업 CIMB는 글로벌 홍보 효과를 얻지 못했고 돈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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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리 리키 파울러 키건 브래들리가 대회전에 만두 만들기 이벤트를 하고 있다.


2017년 신설된 더CJ컵도 처음엔 다르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CJ그룹은 상금 액수를 높이고, 10년이란 장기 계획을 짜고, 별도의 팀을 꾸려 1~2년 전부터 스타급 선수들과의 친교 관계를 맺으면서 첫해부터 이름 있는 선수 영입에 몰두했다.

3년간 휴양지 제주도에서 열고, 음식과 선수들의 편의를 잘 챙기는 대회로 소문나면서 CJ컵은 매년 스토리를 낳았다. 첫해는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저스틴 토마스가 출전해 드라마틱하게 연장전 승리를 거두고, 신인상을 받은 잰더 쇼필리, 세계 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와 아담 스콧 등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했다.

2회 대회 역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브룩스 켑카가 출전해 게리 우들랜드와의 대결 구도를 펼치면서 우승했다. 마침 그 다음주에 세계 골프랭킹 1위에 처음 올랐다. 3회 대회는 저스틴 토마스가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와의 아슬아슬 승부 끝에 타이틀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차로 인해 미국에서의 시청률은 고전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지만 올해는 미국에서 열리면서 중계 시간대의 고민이 없었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한 세계 1위 더스틴 존슨을 제외하면 세계 골프랭킹(OWGR) 상위권자 대다수가 나오고, 페덱스컵 랭킹 67위까지 출전한 건 메이저 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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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코크랙은 이번 우승으로 포인트 68점을 받아 세계 20위권으로 올라섰다. [사진=Getty Image for THE CJ CUP]


대회를 마치고 OWGR에서 평가된 필드력(SoF)은 610점이고 우승자인 제이슨 코크랙이 받은 포인트는 무려 68점이었다. 한주 전에 마친 유러피언투어 메이저 대회 BMW챔피언십의 필드력이 258점에 우승포인트 64점, PGA투어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의 필드력이 392점에 우승 포인트 54점과 비교하면 출전 선수들도 흥행을 도왔다.

무관중으로 진행되면서 CJ그룹은 한식 세계화 브랜드 비비고를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했다. 비비고 로고는 선수들의 티박스나 연못 장치물 등으로 곳곳에 노출됐다. 이 경기는 NBC골프채널을 통해 전세계 226개국 10억 가구에 중계됐다.

무관중으로 진행되어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한식 컨텐츠가 많이 소개됐다. 대회 전날 리키 파울러, 세르히오 가르시아, 이안 폴터 등의 선수가 비빔밥과 만두를 직접 만들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대회장의 비비고 키친에서는 선수들의 건강과 위생을 고려한 도시락 형태의 ‘비비고 한식 런치박스’가 인기였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 시장점유율 1위’와 인수한 가공식품 브랜드 슈완스브랜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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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첫해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골프채널에 등장해 K컬처 K푸드를 홍보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3년 전 첫 대회에서 골프채널 방송에 출연해 K푸드와 K컬처를 소개했다. 올해도 이 회장이 등장해 대회를 알리고 내년에는 해슬리 나인브릿지에서 개최한다고 소개했다. 대회가 열리면 스폰서의 고위 관계자가 등장하지만 그룹 총수가 직접 방송에 나오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CJ그룹은 2030년 월드 베스트 CJ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10년 동안의 골프 대회를 주최해 세계 속에 브랜드를 알린다는 포부를 밝혔다. CJ그룹은 이 대회가 국가 브랜드 제고 및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문화와 한식을 골프 대회로 알린다고 했으나 그때는 막연해보였다.

제주에서 시작한 대회가 올해 미국을 거쳐 다시 내년에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계획하지 못했지만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더 큰 대회로 성장해가는 새로운 큰 그림의 절반 정도가 그려지고 있다.

CJ가 후원하고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쓴 명작 <기생충>도 계획에 없던 일들이 만들어내는 끝없는 변주가 스토리의 축을 이룬다. 영화 속 짜파구리처럼 더CJ컵의 대표 먹거리 비비콘이 골프 대회의 별미로 발전할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

sports@heraldcorp.com